Part III 회사가 맺어준 우리
저희 가정은 최근 남편의 실직이라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매주 2회 블로그와 브런치에 연재 중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
1년 가까이 잘 유지되던 우리의 비밀 연애는, 남편이 회사에 청첩장을 돌리면서 그제야 모두에게 알려졌다. 당시 남편은 회사의 핵심 부서, 그중에서도 나름 핵심 인재로 통하던 사람이었기에 반향은 꽤 컸던 걸로 기억한다. 나 역시 같은 날 직속 상사분께 고해성사를 했다. 파견 회사 직원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고객사 직원과 연애를 했노라고. 그래서 곧 결혼할 예정이라고.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남편이 승진을 한 것이다. 처음 그 소식을 접하고는 너무 잘 됐다며 축하할 일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결혼을 코앞에 두고 있었기에 겹경사라며 양가에서도 무척 좋아하셨다. 그런데 남편은 딱히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감정 기복이 없는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생긴 좋은 일에마저 그토록 표현을 아끼는 게 이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남편은 애초에 승진 대상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승진 대상자는 따로 있었고, 팀 내에서도 당연히 그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진 대상자도 아닌 남편이 특진을 했고, 그분은 승진에서 누락이 됐다. 그러니 남편은 드러내 놓고 좋아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나한테도 절대 아는 척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당부를 했다.
당시만 해도 회식 문화가 보편적이어서 승진을 하면 당연히 한 턱 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승진에서 누락된 동료를 배려해 승진 턱은 고사하고 승진과 관련된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그래도 일반 승진도 아니고 특진인데 섭섭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승진이든 특진이든 특별할 게 아무것도 없어.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과정일 뿐.
결혼을 앞두고 맞이한 경사는 둘만의 자축도 없이 그렇게 흘려보냈다. 그때 생각했다. '이 사람 배려심이 남다르구나.' 결혼 후 또 한 번 비슷한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차를 타고 골목길을 오르는데 우리 앞으로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실은 할머니가 지나고 있다. 찻길이라 한쪽으로 비켜달라고 말씀드릴 법도 하건만, 남편은 10분 가까이 정차한 채 할머니가 안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이렇듯 상대를 깊이 배려하는 마음은 남편이 임원의 위치에까지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동네에서 마주친 폐지 줍는 할머니든, 본인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든 똑같이 대한다. 오히려 약자에게 더 따뜻하고 배려 있게 행동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남편에게 밀려 승진이 누락됐던 그 선배는 오래전 회사를 떠났지만, 여전히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친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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