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퇴직 후, 이제 뭐 먹고 사냐고요?

Part IV 실직자 남편과 워킹맘 아내의 일상

by 번역하는 엄마

저희 가정은 최근 남편의 실직이라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매주 2회 블로그와 브런치에 연재 중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




"그땐, 우리 뭐 먹고살지?"


남편의 퇴직 전, 우리 부부의 대화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했던 주제였다. 돌이켜보면, 저 질문에 대한 남편의 고민은 임원을 달고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그게 4년 전이었다. 그리고 혼자만의 그 고민을 수면 위로 드러내 나와 함께 의논하기 시작한 게 2년 전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다. 물론 나도 벌지만, 대기업 임원이었던 남편의 수입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더구나 가장의 벌이는 단지 돈이라는 숫자에 머물지 않았다. 가족의 생계 수단이요, 가정의 기둥이요, 가장으로서의 품위를 유지시켜주는 중심축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퇴직을 한다는 건 그 모든 것이 한 번에 허물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서웠다. 남편이, 아빠가 회사에 안 가고 집에 있는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가정'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말이 좋아 대기업 임원이지 남편의 신분은 계약직 노동자일 뿐이었다. 임원의 계약은 매년 말, 연장 여부가 결정되고 거기에서 연장이 안 되면 그대로 실직이었다. 결국, 우리는 남편의 월급이 끊기고 난 이후를 대비해야 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중학생, 초등학생. 앞으로 살아갈 날이 새털처럼 많았다.


그래서 시작한 게 '남편의 월급 없이 살아보기' 연습이었다. 이 부분은 이전 연재글에서 밝힌 적이 있다. 요컨대, 모든 생활비를 내 수입으로 해결하고, 부족한 부분을 남편이 메꿔주는 식으로 살아보는 거였다. 그렇게 1년을 했더니 우리 가정의 전반적인 지출 규모와 함께 줄여야 할 부분이 명확히 보였다. 또 지금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얼마가 더 필요한지도 정확히 나왔다.


그 사이, 생활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남편은 자산을 불리기 위한 투자에 집중했다. 그 돈은 결코 여윳돈이 아니었다. 퇴직 후 우리의 생명줄이 될 씨앗이었다. 남편은 박사과정생이라도 된 듯 투자 관련 지식을 깊이 있게 쌓아나갔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이었다. 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거의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늘 밤늦도록 공부하며 지식에 기반한 투자를 이어나갔다.


지금도 가정 경제는 같은 방식으로 꾸려가고 있다. 다행히 임원으로 퇴직한 남편에게는 예우 차원에서 몇 년간 일정 액수의 급여가 나온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우선, 단기적인 목표는 남편과 진행 중인 작은 프로젝트를 올해 안에 조금 더 크게 키워 우리가 목표한 월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그것과는 별도로 나는 나만의 영역에서 다양한 도전을 해나갈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장기적으로는 일정 규모의 현금흐름을 유지하면서 남편의 피땀으로 일군 자산도 손대지 않고 지켜내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특히 물질적인 부분에서 사람의 머리로 계획을 한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잘 안다. 하지만 남편의 퇴직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뭔가를 계획하고 기대하며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 또한 하나님이 주신 거라고 믿는다.


그 기회에 감사하며, 주신 건강에 감사하며... 내 나이 마흔다섯, 결혼생활의 두 번째 챕터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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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60312_105402070.jpg 너희들의 웃음, 꼭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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