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셀렙들만 셀렉션 됩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여요.
존 엘더 로비슨(John Elder Robison)은 유아원에서 만난 처키라는 여자아이와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개들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머리를 토닥거려야 하는지 보여준 걸 기억하고, 쉬는 시간에 처키에게 다가가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습니다. 친해지기는 커녕 처키는 존을 한 대 치고 멀찍이 떨어져 경계했고, 선생님이 끼어들었습니다. “존, 처키 괴롭히지 마. 막대기로 사람을 때리면 못 써.”(91)
로비슨은 아스퍼거 장애(Asperger’s Disorder)가 있었습니다. 아스퍼거 장애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의 한 부분으로 이 장애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합니다. 여자아이와 개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처키가 개와 똑같이 반응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스퍼거 장애라는 진단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성장하면서 반사회적 이상성격자, 정신병자, 살인마 같은 오해를 받고 살아야 했습니다.
40대가 되어서야 겨우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게 되어 그 이야기를 출판했습니다(91). 책이 알려지자 베스 이스라엘 병원(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비침습적 뇌자극 연구팀에서 실험 참여를 제안했습니다. 알바로 파스쿠알-레오네(Alvaro Pascual-Leone) 박사는 경두개 자기 자극술(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요법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의 뇌가 기능하는 근본 원리를 밝히고자 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하여 TMS 자극을 받으면서 로비슨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음향기사로 오랫동안 음악계에서 일했으면서도, 단 한 번도 가수의 감정에 이입해 본 경험이 없었던 사람이 노래를 듣고 깊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고객의 얼굴 표정을 읽고 본능적으로 옳은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여길능력이었지만, 그는 마치 감정적인 초능력을 얻은 것 같다고 술회했습니다.
그와 함께 피험자로 연구에 참여했던 한 정형외과 의사는 자신이 사회적 패배자라고 여기며 자랐습니다. 언제나 교우 및 동료 관계에 문제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조카가 자폐 진단을 받으면서 뒤늦게 자신도 자폐임을 자각하고 TMS 연구에 참가했습니다. 그녀는 자극을 받고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그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가 있어요. 전에는 늘 어려움을 겪었는데 말이에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빈정대는 걸 알겠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보여요.”(92)
수능을 보기 전에 뇌자극을 받아야 하나요.
알바로 파스쿠알-레오네 박사는 로비슨이 자신의 자폐 연구 과정에 참여한 것이지, 자폐 치료를 위해 TMS를 처방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다양한 신경-정신 질환에서 TMS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비침습적 뇌자극은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연관되어 나타나는 속성을 반영하여 전자기장이라고 일컫는 것처럼, 이 요법도경두 개전자기자극술(Transcranial Electric and Magnetic Stimulation, TEMS)로 통칭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전기자극(electric stimulation)으로 직접 주입(inject)되거나 자기 자극(magnetic stimulation)으로 유도(induce)된 전자기장이 뇌 안에서 생물학적 효과를 일으키는 원리입니다.
뇌세포인 뉴런의 막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전기 신호를 신속하게 운반합니다. 사람의 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이 있으며 각각의 뉴런은 매초 수 십 개에서 수 백개의 전기 전 신호를 다른 뉴런 수 천 개로 보냅니다. 뉴런들은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적 신호를 통해 서로 소통합니다. 뇌의 활동은 전기 화학적 패턴입니다. 신경-정신과 약물들은 주로 이신경전달물질의 대사를 조절하여 화학적 효과를 기대하지요. TEMS는 뉴런 막의 활동/휴지 전위를 조절하여 뇌의 전기적 활동에 개입합니다. 최근 다양한 신경-정신과 영역에서 이를 이용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TEMS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경두개전기자극, 경두개직류자극, 경두개무작위소음자극, 경두개 자기 자극, 전기충격요법, 자기 경련요법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있습니다. 따라서 체내에서 생성되는 전자기장을 유도하는 자극의 용량을 일일이 결정하고 표준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93).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TEMS의 적용 범위에 대한 결정입니다. 인지 기술(cognitive skill), 감정(mood), 사회 인지(social skill)는 TEMS가 능력을 향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입니다. 뇌 손상을 받은 환자뿐 아니라 정상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가능성만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강화약물과 마찬가지로 TEMS가 정상인의 인지능력을 향상하는데 이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94, 95). 파스쿠알-레오네 박사의 연구에 참여하여 TMS 자극을 받고 놀라운 경험을 한 로비슨은, 몇 년후에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를 높이려고 TMS를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애더럴과 카페인 음료 남용이 만연하고 있는 세상에 TEMS라고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애더럴이나 프로비질을 복용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TEMS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들도 성과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에게 뇌자극요법을 시행할까요? 2014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인지강화목적으로 스스로 뇌자극을 시행하는 학자들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96). 이유는 아직 효과가 미미하다고 생각하거나 안전 상의 문제, 그리고 소요되는 시간이 장애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는 이미 DIY(Do It Yourself) 제품까지 나와있습니다. 기준을 교묘하게 피해서 의료용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DIY 뇌자극 제품은 온라인상에서 아무 규제 없이 팔립니다.
약제나 마찬가지로, TEMS가 성장 중인 청소년의 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간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신장 하나를 들어낸다고 해도 한 사람의 인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뇌의 일부에 손상을 입으면, 그 사람이 누구 인지도 극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수많은 논문과 책에 인용되어 널리 알려진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공사장에서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하여 전두엽이 손상되는 사고를 당하고 나서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삶은 불행했지만, 그의 불운은 학자들이 뇌기능을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뇌에서 발병하는 질환이나 작용하는 약제도 사람을 바꿉니다. 우측두엽 뇌전증 환자가 흔히 종교적인 체험을 하는데 비해, 파킨슨병을 앓게 되면 신앙을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파킨슨 병 치료약은 환자를 강박적인 도박꾼으로 만듭니다.
뇌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것이 아직도 너무나 적어서 정상 상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온갖 종류의 병리를 이해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섣부른 개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조심스럽습니다. 더구나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도대체 왜 손을 사용한단 말인가? 틀림없이 당신은 강철과 고무로 만들어진 어떤 괴상한 기계를 어깨에 고정
해서 일하게 하고, 당신의 팔은 뼈와 피부만 남은 그루터기로 쭈그러들게 내버려 둘게 아닌가? 모든 몸의 기관과 능력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인간이 먹고, 마시고, 호흡하고, 자녀를 낳는 것 이상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기계가 해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적 진보는 필연적으로 인간을 병 안에 든 두뇌와 유사한 것으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97).
조지 오웰(George Owell)이 1937년에 쓴 글입니다. 강철과 고무가 티타늄과 실리콘으로 바뀌었을 뿐, 전동 의수나 파워 슈트의 개발을 그대로 예견한 듯합니다. 그러나 기계적 진보는 오웰의 우려를 넘어서, 두뇌조차도 병 안에 가두어 두지 않고 약물과 전기자극으로 변형시키고 있습니다.
셀렙들만 셀렉션 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더 건강하고 아름답고 똑똑하고 능력이 뛰어나게 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우사인볼트(Usain Bolt)의 긴 다리가 달리기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경기에 출전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전략과 잘 짜인 식단으로 훈련을 받는 선수들도 불리한 대접을 받지 않습니다. 우수한 두뇌를 타고난 사람들은 쉽게 대학에 들어갑니다. 부유한 부모는 자녀에게 갖가지 사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합니다. 그렇다면 약이나 시술로 인지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할 근거가 있을까요. 현재 쓰이는 방법들은 아직 안정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허용하기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만일 안정성이 보장된 방법이 있다면 금지할 근거가 있을까요. 부작용이 없이 지능이 강화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가능성이 외면될까요.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은 최초의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승인했습니다. 최근에는 심각한 희귀 유전 질환을 가진 아기가 개인 맞춤형 염기 편집(base editing) 치료를 받아 좋은 경과를 보였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98).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CRISPR-Cas 9) 기술이 실제 임상으로 확대되면서 유전적 소인을 쉽게 다룰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지능이나 미용, 심지어 도덕적인 특질까지 미리 예측하여 부모가 원하는 아기를 고르게 할 수 있다는 회사들이 등장했습니다(99). 착상 전 유전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test, PGT)은 90년대부터 해 오던 검사인데, 특정 유전 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이 있는 부부가 아기를 가질 때 유전질환이나 구조적 이상이 없는 배아를 선별하기 위해 시행되었습니다. 1개의 유전 변이가 아니라 유전체 전반에 걸친 여러 유전자 조합의 결과로 발생하는 다유전자성 질환(polygenic disorder)의 경우에는 위험점수를 계산하여 질병 발생 가능성이 가장 적은 배아를 선택합니다. 키와 지능처럼 건강과 관련되지 않은 특성도 이런 방법으로 선별할 수 있는데,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우려로 시행하지 않는 서비스를 회사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부모? 자녀? 국가? 인류?(100).
일론 머스크(Elon Musk), 피터 틸(Peter Thiel),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 같은 테크 기업의 부호들이 이런 회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투자하고 있습니다(101). 수명 연장과 같이 능력 강화도 공평하게 이루어지리라고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셀렙(celebrity)들만 셀렉션(selection)됩니다. 점점 벌어지는 간극은 인류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갈라놓게 되지 않을까요.
91. Robinson JE. 나를 똑바로 봐: 아름드리미디어; 2008.
92. Robinson JE. 뇌에 스위치를 켜다: 동아앰앤비; 2017.
93. Peterchev AV, Wagner TA, Miranda PC, Nitsche MA, Paulus W, Lisanby SH, et al. Fundamentals of transcranial electric and magnetic stimulation dose: definition, selection, and reporting practices. Brain Stimul. 2012;5(4):435-53.
94. Schuijer JW, de Jong IM, Kupper F, van Atteveldt NM. Transcranial Electrical Stimulation to Enhance Cognitive Performance of Healthy Minors: A Complex Governance Challenge. Front Hum Neurosci. 2017;11:142.
95. Hamilton R, Messing S, Chatterjee A. Rethinking the thinking cap: ethics of neural enhancement using noninvasive brain stimulation. Neurology. 2011;76(2):187-93.
96. Shirota Y, Hewitt M, Paulus W. Neuroscientists do not use non-invasive brain stimulation on themselves for neural enhancement. Brain Stimul. 2014;7(4):618-9.
97. Owell G.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부북스; 2013.
98. Musunuru K, Grandinette SA, Wang X, Hudson TR, Briseno K, Berry AM, et al. Patient-Specific In Vivo Gene Editing to Treat a Rare Genetic Disease. N Engl J Med. 2025;392(22):2235-43.
99. Regalado A. The ads that sell the sizzle of genetic trait discrimination. MIT Technology Review. 2025 Dec 5, 2025.
100. Clarke SS, J. Coady, T. Giubilini, A. Sanyal, S. The ethics of human enhancement: Oxford Univerity Press; 2016.
101. Black J. The race to make the perfect baby is creating an ethical mess. MIT Technology Review. 2025 Oct 16,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