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둘째 주 명상 기록
우리는 여섯 개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청각, 시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과 마음이 느끼는 감각이다. 우리는 이 감각 기관을 통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순간의 한 개의 감각만 느낄 수 있다. 마음이 선택을 한다. 여러 대상 중 가장 강렬하고 중요하고 생존과 직결된 것을 우선적으로 흡수한다.
우리는 명상을 통해 어떤 대상에 마음이 일어나게 되는지, 대상이 마음에서 어떻게 떠올랐다가 가라앉게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알아차리는 게 참 어렵다.
10월 6일 일요일 오전 8시 ~ 8시 25분
매트에 누웠다. 몸을 살피기 전에 내 호흡을 안정화시키려고 했다. 호흡만 느끼려고 했는데, 두개골 안쪽에서 파동이 일어났다. 정수리 이마 코 그리고 입술로 차근차근 내려오고 싶었는데, 그 파동이 머리 전체로 퍼져나가서 머리를 부위별로 따로 떼어내서 관찰하긴 어려웠다.
10월 7일 월요일 오전 7시 ~7시 25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명상을 했다. 침대에서 하면 또 잠들 것을 알기에, 매트를 깔아 누웠다. 암막커튼도 다 쳐있고 고요했다. 함께 수업 듣는 진 님이 말씀 한신대로 내 몸을 더 세분화해봤다. 어깨 전면, 후면, 손가락도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새끼 이렇게. 내가 자세히 볼 수 있을 만큼 나눠봤다. 내 몸이 한 덩어리가 아닌 부분과 부분의 조합으로 느껴졌다.
10월 8일 화요일 오전 8시~ 8시 20분
오늘 잡념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몸 조각조각을 계속 느끼고 있었는데, 순간 머릿속에 빛이 딱 꺼졌다가 켜지는 기분이 들었다. 순간 졸았던 것인가. 무엇일까. 5분 더 하고 싶었는데, 동생이 전화통화를 크게 하는 바람에 더 지속할 수 없었다.
10월 9일 수요일 오전 11시~11시 20분
골격계 외운 거 바탕으로 뼈 내관법 좀 해보려고 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두개골'이라는 단어부터가 안 떠올라서, 표면 내관법으로 해야 했다. 골격계 열심히 외워야겠다 싶었다.
10월 10일 목요일 오전 6시 30분 ~ 6시 55분
어제 달리기를 했다. 일요일에 서울 달리기에 참가를 위한 몸풀기 운동을 했다. 한바탕 달리고 오니, 머릿속에 달리기로 꽉 차있다. 눕는 순간부터 머릿속에선 이미 뛰고 있었다. 체중감량, 속도조절, 발 뒤꿈치가 아닌 발 중앙으로 착지, 추울까 더울까, 옷은 뭐 입지, 트레바리 러닝 기초 이벤트 가서 기초부터 다시 다질까, 아니야 다음날 요가 수업 가야 하니까 좀 쉬어야지, 아니야 기초도 안 배우고 무작정 뛰어서 전에 장경인대 마찰 증후군 생긴 거 같은데. 등등. 잡념이 멈추질 않았다.
내 잡념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호흡을 길게 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다시 머리부터 차분히 내려갔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가. 에너지 강도가 머리 쪽이 가장 강하고 손가락 발가락이 가장 약했다.
10월 11일 금요일 오전 7시 ~ 7시 20분
어제 잡념이 한바탕 몰아치니 오늘은 평온했다. 꽤 차분하게 나를 주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