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한 달 해봤어요
명상이란 외부로 향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시켜 내면의 자아를 확립하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명상의 효과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함으로써 타인과 외부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차이를 차별로 보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 몸과 마음의 안정과 평화가 찾아온다.
명상은 억지로 무언가를 이루거나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저 매 순간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무의식적으로 행해왔던 것들을 알아차릴 뿐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폭넓게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게 된다.
라고 명상 수업시간에 배웠다. 저 설명이 내가 체득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영 와 닿지가 않았다. 그래서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
1주 차에는 15분 동안 앉아서, 눈을 감고, 호흡을 세라고 해서 그렇게만 했다.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낯설고 어색했다. 게다가 골반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아서, 평좌를 하고 복부로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호흡을 계속 주시하는 것도 어렵고, 호흡을 지속해서 셀 수가 없었다. 핸드폰 스크롤 몇 번 내리고, 카톡 몇 개 보내고, 사진 몇 번 찍다가 끝나는 그 15분이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호흡을 느낄 순 있었다. 처음으로 호흡의 감촉과 온도를 관찰했다. 인중에 살짝 스쳤다 사라지는 그 찰나의 흔적이 포근했다. 이때 집중도를 1~10까지로 표현하면, 2점 정도만 줄 수 있겠다.
2주 차에도 좌선을 했다. 명상 환경을 바꿨다. 차나 바람소리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꼭 닫았다. 불도 껐다. 요가원처럼 공간적으로 편안하고 집중이 잘 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명상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하니까 확실히 몰입도가 높아졌다. 호흡을 세기 시작했다. 내 호흡이 빠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 느릿하게 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었다. 또한, 내부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령 머릿속에서 회오리바람이 불거나, 귀에서 쇳소리가 들리는 등. 내면에서 발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중도는 4점이다.
3주 차에도 좌선을 했다. 내가 잡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어떤 자극이 오면 생각이 생각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잡념을 멈추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려고 계속 애써야 했다. 그리고 눈을 감으니까, 하나의 감각이 닫히니, 시각에 쓰이는 에너지가 다른 네가지 감각으로 옮겨갔나 보다. 특히 청각이 상당히 예민해졌다. 닫힌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차 소리에도 귀가 반응했다. 외부 자극이 강하고 내가 익숙하기 때문인가 보다. 고요한 내부에 마음 두는 것이 참 어렸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집중도는 5점. 왜냐하면 1,2주 차 때는 잡념이 잡념인지 모르고 명상을 했다.
4주 차에는 와선을 했다. 보통 좌선, 앉아서 명상을 하는 이유는 가장 중도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와선은 단면적이 너무 넓다 보니, 너무 이완될 수 있다. 즉, 잠들 수 있다. 그러나 내관법으로 명상 수련을 해야 해서 누워서 할 수밖에 없었다. 호흡 대신에 몸 부위별로 온 감각을 집중해서 느끼는 수련을 해야 했다.
내관법을 하면서, 내 몸을 한 부위씩 따로 떼어내서 인식할 때는 아픔이나 고통을 느낄 말고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몸의 부정적인 상태만 알아차렸던 것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평온한 내 몸 상태는 당연한 것이니 알아차리려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 일 없는 내 몸에 마음을 두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누워서 하다 보니, 좌선 때보다는 호흡을 보다 길고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다만 깊은 이완으로 수면 상태로 빠지기도 했다. 집중도는 6점을 주고 싶다.
이렇게 4주 동안 명상을 하다 보니 명상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졌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는 명상이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 이런 것은 시간 낭비라고 여겼고, 그럴 때는 죄책감도 생겼다.
지금은 명상이 참 좋아졌다. 명상을 계속하고 싶고, 더 알고 싶어 졌다.
외부에서 불편하거나 흥미롭거나 즐거움을 주는 자극들이 끊임없이 다가온다. 이러한 자극에 마음이 쏠려서, 내면의 감각과 목소리를 충분히 돌보지 못했던 것 같다. 게다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를 향한 걱정에 마음을 쓰다가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머물러 있지 못했다.
명상 동안 '지금'과 '나'에 더 몰입하게 되었다.
명상을 하며 나만 바라보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명상을 통해서 지금의 나를 더 알고 싶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의식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를 알아차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