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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Oct 19. 2019

망상으로 가득 찬 한 주

10월 셋째 주 명상 기록

10월 12일 토요일 오후 5시 15분 ~ 5시 25분

 요가원에서 짧게 명상을 했다. 평좌로 했다. 코에 호흡이 닿는 접촉면을 느꼈다. 오늘은 다른 생각이 튀어 올랐을 때 전보다 빠르게 다시 호흡으로 돌아간다. 호흡만 주시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10월 13일 일요일

 마라톤 갔다가 독서모임 갔다. 하하. 분주하고 피곤해서 명상을 안 했다.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10시~10시 20분

 명상에서 모든 것은 생성됐다가 사라진다고 한다. 마음, 현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한시적이다. 사람도 태어났다가 죽음으로 가는 것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안다. 그런데 아직 내겐 어색하다. 설리의 죽음이 실감이 안 난다. 자연스럽게 맞이한 죽음이 아니어서 그런가, 그녀가 스스로 끊어내서 그런가. 죽음으로 가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거니까 자살도 자연스러운 건가. 그녀의 마음은 진작에 생을 떠나버렸고, 이번엔 몸만 따라간 거였나. 아. 모르겠다.

 낮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있다. 날씨도 어느 날보다 흐리고 스산하다. 하늘도 아는 가 보다. 내 마음이 딱 오늘 날씨다. 낮게 깔린 구름과 차가운 온도 같다.




10월 15일 화요일 오후 9시~9시 20분

 처음으로 횡격막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신기하다. 복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데, 그 안에 횡격막이 들숨에 내려가고 날숨에 올라가는 것도 느껴졌다. 역시 아는 만큼 느끼나 보다.




10월 15일 수요일 오후 10시~10시 15분

 오늘 피곤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쉬탕가 수업도 듣다가 집중이 안돼서 시팅 자세 하다가 나왔다. 난 힘들어 피곤해가 가득 차 있어서 동작이 잘 안되었다. 하기 싫었다.

 집에 와서 명상을 꼭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 마인드풀 채널에서 '두통 완화 명상' 영상을 틀어놓고 들으면서 명상을 했다. 전에 대표님이 신체 내관법 가이드해줬을 때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가이드를 들으며 명상을 했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두통의 요인이 분명 내적인 요인에서 나온다고 한다. 맞다. 마음의 괴로움이 몸으로 나타난다. 신기하다.

 들숨에 맑은 에너지를 들이고, 날숨에 걱정과 고통을 내보냈다. 정수리에서 정화의 빛을 모아서 고통이 느껴지는 부분으로 옮겨 다녔다. 가이드대로 하다 보니 머리가 좀 맑아진 기분이다.




10월 16일 목요일 오전 6시 30분~ 7시

 안구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눈을 감고 있어도 생각할 때면 눈동자가 위로 향한다. 호흡으로 돌아가면 눈동자가 아래로 향한다. 신기하다.

 이렇게 눈을 감으면, 명상 시작쯤에 청각이 상당히 발달한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차 소리, 도로 건너편에 갑자기 문을 닫은 고깃집, 고깃집 대신 새로 오픈할 식자재마트, 우리 집 반경 1km 내에 있는 10개가 넘는 슈퍼와 편의점들, 골목을 조각내서 먹다가 스스로 먹혀버린 가게들.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작은 마트를 하다가 올해 7000만 원을 투자해서 더 확장한 주인아줌마의 한숨, 빚더미에 눌려 목숨을 잃은 또 다른 마트 주인아저씨의 신음.

 망상, 다시 호흡으로 돌아갔다.



10월 16일 목요일 요가원에서 수련 후


 자살에 대해서 강사님께 여쭤봤다.


 강사님께서 하신 말씀.

 

"이번 생에 짊어지고 있는 고통을 내려놓지 않고 죽으면, 그 고통을 가지고 다음 생에 태어난다. 다 털어낼 때까지 계속 반복된다."

"Break Even Point. 이익도 손해도 없이 0의 상태에서 마무리를 내는 것이 가장 온전하다."

"자살도 경험과 정보에 의해서 부정적이고 슬프고 우울하다고 내 감정이 느끼는 것이다. 상대방의 고통을 내게 옮겨 심지 마라."


 어떻게 보면, 참 차갑기도 하면서, 참 따듯한 말이기도 하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난 내 주변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면 펑펑 울 것 같다.




10월 17일 금요일 오전 9시~9시 20분

 오늘은 생각을 별로 안 했나 보다. 쓸 말이 없는 것 보니. 호흡을 잘 느꼈다. 콧속이 건조했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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