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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Oct 27. 2019

쓱싹쓱싹 마음을 청소해 봅시다

 "빈 마음으로 청소해."

 요가원 대표님이 내 볼을 꼬집으면서 말씀하셨다. 지난 명상 기록을 읽으셨나 보다. 



https://brunch.co.kr/@choiyun/62



 요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동생한테 카톡이 왔다.

'언니, 설거지 내가 할게.'

 동생을 향한 냉랭했던 마음이 사르르 다 녹아 사라졌다. 생각해보니 결코 고데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청소를 하니 동생이 무언가 다른 집안일을 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동생에게 요청하지 않으면, 혼자 하게 되는 집안일이 즐겁지 않았던 것 같다. 대표님이 말씀하신 대로 '빈 마음'으로 청소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도 의문이다. 다음 청소 타임에 내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살펴봐야겠다.






 대표님한테 엄마에 대해 물어봤다.


"네가 엄마 때문에 짜증 난 것이 아니야. 그 부부에 대한 네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서 그런 거지."


 맞다. 우리 가족은 그 부부로 부터 동일한 상처를 받았다. 나는 애써 외면하고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엄마가 말하면 아직 내 안에 고여있는 감정들이 다시 솟구쳐 올라오니, 엄마 말을 듣는 게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 부부에 대해서 어떠한 감정이 없다면 엄마의 말을 듣는 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내가 그 부부에 대한 감정을 사그라뜨려야 한다. 그다음엔 엄마를 이해해야 한다. 엄마의 에너지는 나보다 약하다. 엄마는 그 부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내기는 나보다 어렵고, 앞으로도 얘기할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그만 이야기하라고 해도 엄마는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 때 엄마 손을 잡아줘야겠다. 엄마의 어텐션을 그 부부가 아닌 내 손으로 내 온도로 내 마음에 닿게 해야겠다. 꼭 안아줘야겠다. 상처 받은 엄마를 내 품으로 감싸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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