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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Oct 28. 2020

밝음과 어둠의 공존


윤님에게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다. 지난 일요일에 만난 수많은 낯선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말했다. 윤님 정말 밝고 활기차요.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나에게 물었다. 밝아 보이려고 힘을 짜낸 건지 아님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건지. 몸 구석구석을 느끼며 내가 지쳐있지는 않은지 긴장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괜찮았다. 저절로 방출된 밝은 모습이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애쓰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혼자 있으면 자꾸만 불을 끄고 숨고 싶다. 계속 먹고 자고 싶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전에는 혼자서 책 읽고 글 쓰고 요가하고 악기 연주만 해도 즐거웠는데. 요즘은 책이 손에 들려있지만 글이 읽히지 않는다.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흩어져있다.

아빠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콧속에 껴있는 투명한 선. 그 위를 덮은 마스크. 침대에 누워있지만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가쁜 숨. 오른쪽 눈이 살짝 뜨여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 그 옆 관자놀이로 흐르는 눈물. 나 혼자만 꼭 잡을 수밖에 없는 인형 같은 손.

아빠가 삶의 마지막 목적지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몇 걸음 안 남아 보인다. 나를 다독이며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거쳐가는 과정이야.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순간이 더 소중해. 그러니까 그 순간을 아끼며 잘 써야 해.라고 말하지만. 내 곁에서 자꾸만 멀어져 가는 아빠를 떠올리면 내 안에 어둠이 더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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