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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Jul 28. 2020

아빠와 나란히 이어폰을 꼈다

들을 수 없게 돼서야 듣고 싶어지는 목소리


아빠랑 노래를 들었다. 이어폰 한 짝씩 끼고 들었다.


아빠는 첫 번째 뇌종양 수술 후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었다. 혼자서 컴퓨터방에 들어가 문을 꼭 닫고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그 안에서 연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머리를 잡고 있거나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렇게 하루에 몇 시간씩 혼자만의 방에 들어가 있었다. 때로는 너무 크게 틀어놔서 아빠에게 볼륨을 줄이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절절하고 올드한 노래만 골라 듣는 아빠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아빠는 갑작스럽게 두 번째 수술을 해야 했다. 집에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사도 우리도 알 수 없었다. 퇴근하고 아빠를 보러 갔다. 아빠는 멀뚱하게 누워있다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어주었다.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그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평소 듣던 노래를 들려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나는 아빠가 어떤 가수,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몇 개 밖에 몰랐다. 가족과 함께 쓰는 음악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내역을 확인했다. 내가 다운로드하지 않은 노래를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 노래를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했다.




아빠의 노래 취향





이어폰 없이 스피커로 편하게 듣고 싶었다. 그러나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그럴 수 없었다. 아빠의 오른쪽 귀에 나의 왼쪽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그가 환하게 웃었다. 내가 가사를 보여주니 흥얼거린다. 처음에는 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빠와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금세 무릎이 아파서 아빠한테 왼쪽으로 몸 좀 옮겨보라고 했다. 나는 아빠 옆으로 갔다. 작은 환자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김범수의 '지나간다'를 틀었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이 이렇게 갑자기 끝났듯이
영원할 것 같은 이 짙은 어둠도 언젠간 그렇게 끝난다
얼마나 아프고 아파야 끝이 날까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울어야 내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이별의 끝을



아빠는 노래를 어떤 생각을 하며 들었을까. 아빠는 어두운 방에서 자신의 어둠을 이해받고 위로받았을까. 감정과 표현에 서툰 아빠가 노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것일까. 고통 안에 갇혀있었고 그곳에서 벗어나길 바랬지만 또 드리운 고통.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투병, 그 투병 중에 또 찾아온 수술.


아빠와 대화를 할 수 없게 돼서야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눈물이 흘렀다. 아빠를 안는 척하면서 환자복에 눈물을 닦았다.




2019년 3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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