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손 내밀 생각 없어요.
전에 만나던 남자 친구가 물었다. "아버지 지금 몇 인실에 계셔?" 내가 아빠 병원 갔다 왔다고 하니 나온 질문이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아빠 몸은 요즘 어떠셔? 좀 나아지셨어? 같은 아빠의 안위를 먼저 묻지 않았다. 정말 단순히 우리 아빠가 편하게 병원 생활을 하는 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였을까. 사실 병원 생활 자체가 불편한 건데.
최근에 어떤 남자가 물었다. "너는 병원비로 힘들진 않아?" 그런데 그는 우리 아빠가 어떤 병으로 아픈지 알지도 못한다. 지금 아빠 상태가 어떻고, 간병하는 사람은 어떤지. 그런 건 물어보지도 않았다. 저 질문에는 걱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저번에 네가 아버지 아프다고 했을 때, 네가 불편할까 봐 뭘 물어보기 좀 그랬어."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아픈 아빠를 향한 질문 중에 가장 불편한 질문이었다.
이상하다. 그대들의 질문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모르는 건가.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과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아무래도 환자를 안 겪어본 사람들이라서 더더욱 몰랐던 것인가.
모른다면 내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그대가 오늘 나와 처음 만났다.
그: 가족들이랑 같이 사세요?
나: 네, 거의 같이 살아요.
그: 거의는?
나: 저희 아버지가 아프셔서, 요즘 병원에 계시거든요.
그: 아버지 어디가 편찮으세요? (나는 아빠의 병환을 밝히는 것이 하나도 안 불편하다.)
나: 뇌종양이세요.
그: 투병 오래 하셨나요?
나: 한 3년 정도 되셨어요.
그: 아, 아버지 많이 힘드시겠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도요. 아버지가 빨리 쾌차하시기를 바랄게요.
이제는 나와 알고 지낸 지 꽤 되었다.
나: 저 오늘 병원 갔다 왔어요.
그: 아, 아버지 병세는 좀 어때요?
나: 전보다 많이 좋아지셨어요. 거동도 좀 하시고.
그: 다행이네요.
더 질문을 하고 싶다면
그: 아버지 식사는 잘하세요?
또는
그: 어머니는 어떠세요? (왜냐하면 병간호하는 게 정말 힘들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질문은 환자와 보호자의 안위에 초점을 맞추고, 그 후에는 내 대답에 대한 약간의 끄덕임과 등을 살짝이라도 쓰다듬어 주는 말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아빠 지금 몇 인실에 계셔?
나: 왜, 5인실에 있다고 하면 1인실로 옮겨주게?
그: 너는 병원비로 힘들지 않아?
나: 왜, 힘들다고 하면 병원비 내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