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재활 병동으로 옮겼다. 아빠는 오른 팔다리의 움직임 개선을 위해서 각종 치료를 온종일 받았다. 누군가의 보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암 병동에서 같이 병실을 썼던 환자 보호자가 엄마에게 연락했다. 환자였던 남편은 퇴원한 상태였다. 뇌종양 환자 온라인 카페가 있는데, 카페 쪽지로 계속 엄마에게 한을 꼭 찾아뵙고 싶다며 몇 번이고 보냈다. 엄마는 됐다고 괜찮다고 마음 쓰지 말라고 안 와도 된다고 사양했다. 그러나 아줌마의 계속된 요청에 병실을 알려줬다.
어떻게 엄마인 줄 알고 인터넷으로 쪽지로 보냈냐고 물었다. 그 아줌마가 아빠 담당 의사에 대한 질문 글을 게시했고, 엄마가 답변을 남겨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온라인에서 인연이 시작되어 같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고 같은 병실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그 여자는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기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떠들고 말았다며 너무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야채즙, 차, 파스 등도 챙겨 왔다.
지난날 그 보호자가 짜증 나긴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마웠다. 그냥 그렇게 흘려보낼 수 있는 일인데, 마음에 담아주고 신경 쓴 것이 고마웠다. 어쩔 수 없이 터져 나도는 기쁨의 표현도 이해가 되었다.
'나를 둘러싼 지난 경험과 현재 조건에 따라 감정이 일어난다'라는 말을 삶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기쁨이 내게는 우울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힘들고 슬프고 우울할 때 큰 소리로 웃고 있진 않았었는지 돌이켜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