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윤 Sep 12. 2019

요플레와 고구마는 맛있어요

제가 좀 예민합니다

"후. 여기는 요구르트 아줌마도 갑질이야."


 병원 안 편의점은 '2+1'따윈 없고, 상점에서 물건 구매할 때마다 '병원 텍스'가 느껴지고, 병원에서 아빠 병실을 연장해준다고 했다가 갑자기 안 된다고 통보한 것만 벌써 2번째였을 때쯤이었다.


"왜? 무슨 일인데."

"꼭 2만 원 치를 시켜야지 병실로 배달을 해준데."


 아빠는 요플레를 좋아한다. 그것도 요구르트 플레인 요플레만. 세끼 식사 후에 꼭 드셔야 한다. 냉장고에 넉넉하게 있어야 맘이 편하긴 하지만. 작은 냉장고에 요플레가 넘친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알고 보니, 요구르트 아줌마의 '2만 원' 룰 때문이었다.


 엄마는 병원에서 아빠 옆에 항상 꼭 붙어 있어야 한다. 환자의 스케줄이나 상태에 따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요구르트 카트가 병원에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도 모르니, 배달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래. 배달의 민족도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해야 하는데 뭘. 요구르트 아줌마도 병실마다 왔다 갔다 배달해주는 것도 쉽진 않긴 하겠네. 그런데 우리 동네는 더 적게 주문해도 배달해 주던데.


 


 나는 병원에서 지난밤에 아빠랑 자면서 잠을 설쳤다. 자꾸 눈이 감겨서 어쩔 수 없이 병실 소파에 누워 낮잠으로 잠을 채우고 있었다.


 똑똑


 몸을 일으켜 세우기도 전에 누군가 들어왔다. 요구르트 아줌마였다.


"언니야?"

"아니요. 전 딸이에요. 어머니는 아빠 치료받는데

같이 가셨어요."

"아. 그렇구나. 여기 요플레 가져왔어. 어머. 이거 고구마 하나 먹어도 되니? 내가 퇴근도 못하고 이거 갖다 주러 왔잖아."


 시계를 보니 오후 5시였다. 엄마가 집에서 고구마를 잔뜩 삶아와서 테이블에 올려놨었다. 엄마가 손도 크고, 그 손이 종종 다른 사람에게 잘 향한다. 나도 고구마 하나 주는 것은 기쁘게 줄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고구마가 맛있게 생겨서 하나 먹어도 되는지 솔직하게 물었더라면 두 개 드셔도 된다고 대답이 나왔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네, 드세요"라고 짧게 나왔고, 속은 고구마 열 개를 한꺼번에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


 아줌마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할 말이 떠올랐다.


'앞으로 저희가 주문 안 하면 일찍 퇴근하실 수 있겠네요.'


 또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우린 아쉬운 소비자니까.


 엄마가 들어오자마자 나는 고자질했다.


"고구마 주지 그랬어."

"응. 줬지."

"내가 늦게 주문하긴 했어. 냉장고에 몇 개 안 남았고, 내일이 또 추석 연휴 시작이라. 오늘 꼭 받으셔야 하냐고 묻길래 내가 꼭 필요하다고 하니까 영업소까지 가서 가져왔나 보더라고. 플레인 요플레가 인기가 없데."


 그랬다. 아줌마는 솔직했다. 나는 두 개 드셔도 된다고 말해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