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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Seattle Jul 16. 2020

부모 대 부모: 그럴거면 날 그만 키우시던지

Z세대가 Y세대에게

Z세대(Gen Z)는 1995년부터 2015년 사이에 태어난, 2020년 7월 현재 기준 만 4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이들이 해당되는 세대에다. Y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로 1980년부터 1994년생을 아우른다. 1965년부터 1979년까지 태어난 X세대를 기함시킨 전력의 Y세대도 어느새 꼼짝달싹 할 수 없는 기성세대가 되어, 본인들보다 더 센 신세대를 맞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요즘 코로나 시국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아침마다 온갖 핑계를 갖다 붙이며 찡얼거리는 아이에게, 이제 아기도 아닌데 매일 이러면 어떻하냐고 물었다가 '자꾸 그런 말 할거면 날 그만 키우시던지~'라고 빈정거림을 당했다. 그럼 이제부터 스스로 클거냐고 물더니 그 와중에도 신중하게 생각하더니 부루퉁한 표정으로 새볔부터 바쁘게 재택근무 중인 또 다른 Gen Y 아빠를 가르킨다. 아빠는 '나 혼자 키우면 우린 매일 매끼 피넛버터 샌드위치만 먹어야 돼. 시리얼도 가능.' 이란다. 본인이 미처 감안하지 못한 실질적인 불이익에 놀란 Z세대는 재빨리 딴청을을 피우며 태세 전환을 꾀한다. 이것들이...


밀레니얼이라고도 불린, (구)신세대, (현)구세대인 우리 부부는 평생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반항을, 우리 집 Z세대 어린이는 말문이 트일 무렵부터 해 왔다. 4살 생일에는 저녘을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 려고 운전 중이었던 내게 45분 동안 줄기차게 뭔가를 논리적이고 열정적으로 따질 정도의 내공을 쌓았다. 아이를 보며 온 가족이 처음에는 신기해하다, 걱정하다, 지쳐갔다. 우리 집 아이가 좀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어린이집 친구들 중에는 더 튀는 녀석들이 많다. 많은 양의 지식을 아이들이 흡수하기 좋게 요리해 아이의 머리에 집어 넣는 기술이 좋아져서 그런지, 내가 기억하는 4살의 나나 내 친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심지어 아직 글도 못 읽는 아이들까지 논리가 몹시 치밀하고 정교하다. 당당함이나 대담한 자기 표현력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듣기에 불편하지만, 그들의 말을 잘 들어 보면 옳은 구석이 꽤 많다. 예를 들어 최근 나를 놀래킨 '내 삶의 주체는 나이기 때문에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결정해 주지 못해요.' 등의 극단적(?)인 주장이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4살에게는 적절하지 않지만, 이미 본인 인생을 책임지고 있는 24살에게는 몹시 타당하다. 이를 부정하거나 이해 못하는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과연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할 측이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기성세대로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등한 동반자로서 세대를 대하면, 이러한 세대간 논쟁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돈독해지게 될거라 믿는다. 그러기에 오늘도 나는 빳빳하고 까칠한 신세대 꼬맹이를 윽박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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