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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Seattle May 19. 2020

위슬러(Whistler)에서는 뭘 하니?

캐나다 BC 가족 여행

시애틀에는 열혈 스키어들이 꽤 있다. 동료와 얘기하다 1년에 4주를 스키 여행에 할애하는 그와 그의 스키동지들은 위슬러를 자연과 멀어진 가족유원지 같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장 인기 많은 스키 패스 중에 Epic과 Ikon이 있는데 위슬러가 속한 Epic 스키장들은 가족 리조트가 발달하고 젊은이들이 파티를 즐기는 다소 복잡한 곳, Ikon은 대자연속에 편의 시설은 부족하지만 스키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시각이었다.


똑똑하고 유행에 민감하지만 자존감이 낮던 한 친구가 위슬러에 대해 한 말은 이와 반대였다 "위슬러는 우리 같은 어중이 떠중이 스키어들이 가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지. 괜히 허영심에 젖어 위슬러 찾는 애들 보면 좀 그래." 그땐 위슬러가 엄청난 곳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스키를 겨울 등산 쯤으로 생각하던 나에겐 히말라야처럼 멀고 멋지나 너무 고될 것 같아 딱히 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었다.


위슬러 남쪽 220마일에 정착한 지금은 근교 스키장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멋진 겨울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시애틀에서 차로 5시간, 가는 길에 맛집 천국인 밴쿠버에서 한끼를 해결하고 도착 후에는 각자 기호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동네의 깨끗한 공기에 감사하며 살지만 첩첩산중의 위슬러에 들어가면 차원이 다른 숲의 향기가 진동한다. 여행 좀 해 본 사람들에게도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Peak-to-Peak 곤돌라를 거치다 보면 어느새 금방 위슬러에 도착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남편과 손이 많이 가는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재택근무를 해야 했던 나는 이번 겨울에 위슬러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남편과 아이가 스키를 타는 동안 나는 산장형 호텔(Lodge)에서 재택근무를 했는데 공기 좋지 물 좋지 음식 좋지, 모든게 만족스러웠다. 수질이 좋아 단맛이 나고 목욕을 하면 비누만 써도 머리와 피부에서 윤기가 흘렀고 음식은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간단한 음식도 모두 맛이 빼어났다.


시애틀 근교 스키장에 비해 위슬러 스키 교실은 가격이 1/3 정도 저렴한데다 따뜻한 점심과 간식까지 제공해 주니 아이를 맡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실력주의였던 위슬러 스키 교실은 폭 넓은 연령대의 아이들을 성취도 위주로 분류했다. 두 살 짜리가 예닐곱살 뒤에 붙어 자유스키를 타기도 하고, 내 아이처럼 운동신경이 없는 아이들은 계속 같은 반에서 매일 매일 새로운 친구들을 맞이했다. 선생님들은 또 어찌나 요령이 좋은지 매일 같은 걸 배워도 매일 뭔가를 성취한 듯한 표정으로 귀가했다. 게다가 당당한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스키에 대해 꽤나 그럴싸한 훈수를 들기도 했다.


위슬러의 장점이자 단점이 초보자도 정상에 올라 그림 같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붐비는 날에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쏜살처럼 날아가는 무리와 어쩔 줄 몰라 기어 내려 가거나 타의에 의해 미끌어져 가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활강로를 타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우수한 스키선수로 키우고 싶은 열혈 부모에 끌러 나온 아이들의 곡소리는 덤이다. 이 지역 출신 중에 유난히 스키장 쪽은 쳐다도 안보는 어른들이 많은데 아마 이런 연유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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