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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Jul 04. 2021

새빨간 거짓말처럼.

   

사실은 몽땅 거짓말이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어쩔 수가 없었다.     



꽤 오래전에 모 방송인이 방송에 나와 풀어놓은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그는 지인들과의 대화 중에 어떤 브랜드의 새로운 모델이 자신이라고 거짓말로 허풍을 떨었는데, 그만 그것이 어찌어찌 새어나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지인들과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가 모델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 졌고, 어쩔 수 없이 그를 수습하고자 그 브랜드 본사와 지사에 연락을 취해 적극적으로 프로필을 보내고, 기회를 달라고 해서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브랜드 측에서는 그를 염두에 두지 않았으나 오디션을 보고나서 결국 그를 모델로 발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허풍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는데,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버리고, 얼떨결에 공항에서 고별 인터뷰 까지 하고,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유학을 가버렸단다. 거짓말을 참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매장을 당할 판이고, 밥줄이 끊길 것 아니겠는가. 한참이 지난 후에서야 그 사실을 고백하면서 헤실, 속없이 웃었다. 내가 볼때는 속 없는 척. 이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위와 같은 허풍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연예인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에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 나는 그 이야기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다.

이조차 방송을 위해서 양념 듬뿍 친 이야기, 또 한 번의 거짓말이었는지 그 진실은 본인만 알겠으나 나는 그 이야기가 마음에 박혔다. 허풍이라 했지만, 어찌 보면 원하는 것을 내 것이라 생각하고, 나아가 말을 뱉고, 그것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몇 배로 애쓴 것 아닌가.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니, 그에게는 타고난 자질과 그에 따르는 행운도 있었던 것이다.      


꽤 오래 전 이야기인데, 가끔씩 그 이야기가 생각날 때가 있다.

내가 빌빌거릴때, 한껏 겁이 날때가 그렇다.

그래서 서 나도 그처럼 거짓말을 해야겠다.     


아우, 나 너무 열심히 살고 있잖아. 그래서 하는 일마다 다 잘 되잖아. 당신들도 알다시피, 내가 좀 도도해. 아프냐고? 에이, 하나도 안 아파.   



그리고, 사실은...   

  

할 일이 밀려있는데, 솔직히 하기는 싫어서 미루고 미루면서도 막상 손에서 놓지는 못하는 채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월화수목금토일. 주 7일을 <할 일>에 매어 살고 있다.

살, 특히 뱃살이 토실토실 올라서 뭘 입어도 이상하다. 허리통증 때문에 체형의 변화가 온 모양이다. 통증 때문에 허리를 자주 굽히고,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다보니 골반이 앞으로 밀려나가서 배가 더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인 것 같은데, 그 모양새를 스스로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수시로 ‘도도해지자.’ 마음먹으면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고개를 쳐든다.      

<내가 좀 도도하잖아,> 중얼거리면서. 물론 혼자 있을때만. 누군가 들으면 그야말로 미친년 아닌가.               

그리고 가끔, 평소 15분 정도 걸리던 길을 30분에 걸쳐서 걷고 돌아오곤 한다.

몸 상태 때문에 빨리 걸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걷긴 하지만 그 덕에 바람을 맞는 시간도 길어지고, 눈이 시원해지는 시간도 길어지니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가보다. 






         

오늘 아침에는 어느 책에선가 본대로 침대 끄트머리에 누워 상체를 아래로 떨어트리는 운동(?)을 한번 해 보려다가 그대로 처박힘(?)직전에 간신히 벽을 붙잡고, 엄마를 목 놓아 불렀다. 늙은 모친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지으며 버둥거리는 딸을 구조해 주고, 등짝을 후려치고 혀를 차며 나가신다. ‘아주, 죽을려고 용을 쓰는거지.’ 하면서.     


아니, 살려고 용쓴건데, 좀 과했네. 라고 속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에이, 비온다더니...이놈의 일기예보 또 거짓말이지? 하면서 쨍한 하늘을 보며 눈을 찌푸리던 날,

장마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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