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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Dec 27. 2021

봄이 되면 산에 갈지도 몰라요.

자꾸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막막한 원고를 붙잡고 씨름을 합니다.

잘 될지 안 될지, 그런 거 생각조차 안 합니다.

어느 방향이든 지금 쓰고 있는 글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깊어지고, 예민해지고, 감정 끝이 날카로워집니다. 이것 만큼은 <마음을 편히 먹어라.> 따위의 말이 소용없는 부분입니다.


아마도 많은 글쟁이들이 정작 써야 할 글을 앞에 두고 지독하게 딴짓을 하는 것은 이것 때문일 겁니다.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 하는데 수십번 수백번 막막한 순간을 앞에 두고 무한 긍정과 냉정을 오가며 내 글을, 나의 이야기를 어르고 달래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도 알 수 없어요. 몇 달, 몇 년을 고생하며 써도 쓰레기통에 처박혀서 빛을 못 보는 일이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습니다. 이 징글징글한 짝사랑을 끝내지도 못합니다.  

   

어제는 좀 힘든날이었습니다.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늘 그러하듯 작은 퍼즐 한 조각이 엇나가는 것에서 출발해 전체를 흩어놓고, 지독하게 끝을 향해 내달리곤 합니다. ‘그러지 말자. 감정과 일은 분리하자. 감정이 일상을 잡아먹게 두지 말자.’ 며 수없이 다짐해도 한낱 얊디 얇은 인간은 또 어느덧 감정에 휘둘려 펄럭이고 있습니다.   

  

원래 오늘은 호수를 걸으면서 머리좀 식혀볼까 했는데 현재 이곳의 기온이 영하 17도입니다. 

이런날, 물 가에 가면 죽어요.

사실 오늘 중으로 마무리 하기로 한 글이 있어서 그 글을 마무리 하고, 남이 타준(?)커피 한잔을 마시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호수를 걷고, 카페에 갈까 했는데 일단 원고를 못 썼으니 나머지 계획도 살살 녹았군요.



봄이 되면 산에 갈지도 모르겠어요. 요가도 했는데, 등산을 못하려구요.

안 하던 짓이 익숙해지면, 잘하던 짓은 더 잘하게 될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또 봄까지. 살아 내는 겁니다.     



지금 이곳은 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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