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두통이 시작되었습니다.
눈이 뻐근할 정도로 두통이 밀려와서 불쾌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더라구요.
약을 먹어도 영 가라앉지 않아서 점심을 먹고, 그대로 가방을 싸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토록 열망하던(?)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핑계김에 호수도 한 바퀴 돌고 적당히 소박한 카페를 찾아 들어왔습니다.
따뜻한 라떼 한잔을 마시고 진짜 많이 밀린 원고작업을 좀 해야겠습니다.
실은 일을 다 못해서 나올수가 없었거든요..... ㅜㅜ
업소용 머신으로 진하게 뽑아낸 커피의 풍미는 집에서 맛볼 수 없습니다.
(사실, 컵 하나 씻기도 귀찮아요.. ^^)
이렇게 조금은 무게를 덜고, 허랑허랑 시간을 늘어트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딱히 하는 일이 없어도 저는 늘 번잡하고 머릿속이 빽빽하거든요. 그렇게 빡빡한 마음으로 내내 동동 거리다 보면 내가 사는 건지 떠밀려 가는 건지 헷갈립니다.
실은 그게 슬퍼요.
흘러가든, 굴러가든, 세상의 속도에서 조금 늦더라도 제가 저의 두 발로 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살고 싶습니다. 가끔 한량 놀이를 하면서 남이 타준 커피나 마시면서, 워드 프로그램을 열고 껌벅이는 커서와 싸워가며 빈곳을 채우고,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낫겠지. 한번쯤은 진하게 행복하겠지.' 토닥토닥 내 마음을 안아주면서요.
하늘이 잿빛인걸 보니 또 눈이 올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