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jak Jan 09. 2022

시험 보기 전날에는 책상 정리가 진리이듯.

시험기간만 되면 왜 그렇게 책상 정리가 하고 싶었을까?

책꽂이의 책을 빼서 다시 넣고, 서랍을 열어 뒤집고, 그러다가 뭐 하나 나오면 그걸 붙잡고 날 새다가 시험도 날 새고.     


어른이 되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가 보다. 큰 마음을 먹는답시고 이렇게 저렇게 창대한 계획을 세웠건만, 늘 딴짓에 마음이 가는 걸 보니 나는 덜 급했던가 아직 된 맛을 제대로 못 본 것이다.


책상 위에 스텐딩 데스크까지 올려놓다 보니 공간이 협소해서 타이핑을 하다가 손으로 메모할 일이 생길 때면  자리 잡기가 영 복잡했다. 책을 읽으려면  일단 키보드를 치워야 하고, 스탠드며 필통이며 여러 가지 것들이 뒤엉켜 늘 이리저리 물건들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무언가가 바닥에 쏟아지는 날이면 요가를 배우며 마음먹은 '일상의 릴랙스' 띠위 개나 줘버린 채  팍! 치솟는 짜증과 쌍욕을 머쓱하게 눌러야 했다.


그렇게 지내던 차에 오늘따라 유독  책상 하나를 더 들이면 좋겠다는 ‘굳이 따지자면 필요 없을 그러나 있으면 꽤 좋을 것 같은 ’ 생각이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결국 작은 책상을 하나 더 들이기로 했다. 새로 산 것은 아니고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다니니 못 이기는 척, 차를 몰고 집에 가서 내 방에 있던 콘솔테이블을 욱여넣어 끌고 와서 작업실에 설치한 것이다. (들고 오느라 허리 오지게 아픈 건 덤이다. 그러니까 도대체 이 짓은 왜 하는 거냐고? 납득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말자. 사람이 어디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 존재이던가.)     



모든 것을 한 공간에 쑤셔 넣은 이 공간 안에서 나는 컴퓨터를 바라보고 글을 쓰다가 의자만 휘리릭 돌리면 책을 읽거나, 손으로 메모를 할 수 있고, 간혹 면벽수행을 할 수도 있다. 뜻대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면벽수행을 해야 이 짓거리가 뻘짓거리가 되지 않겠지만.          





메일 작업실에 도착한 시간을 찍어둔다.


얼마 전부터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6시 언저리에 작업실에 도착해 대략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다음 알바를 하러 출근을 한다. 늘 계획보다는 조금씩 늦다.

어찌 보면 대단히 부지런한 것 같지만 아직은 그냥 그것뿐이다. 그러나 계속할 생각이다. 그리고 가만히 바라보니 세상에는 간절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엄청 많다.


이번에는 목표한 바가 전에 비해 분명해졌으니 진심으로 각종 ‘따위’들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머쓱하지만, 오늘은 책상 정리 따위에 졌다. 근데 결과론적으로 괜찮지 않나? 그럼 한 번은 눈 감아 주자. 됐다.          



곧, 스토리라고 불릴 글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시험 전날 책상 정리가 진리이지만, 책상 정리가 끝났으면 시험은 보러 가야 하는 것도 진리 아니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는 남이 타주는 커피가 좋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