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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Sep 16. 2023

이야기를 씁니다.

소설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민망한 <이야기>를 씁니다.     


취미는 아니고 일종의 사전작업인데요.      

저는 드라마 극본을 공부했고, 영화나 드라마 등 상업화된 영상의 대본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진입장벽도 높고, 이미 레드오션이다 못해 펄펄 끓는 시장이니까요. 게다가 저는 좀 많이 늙.....(히잉. 훌쩍.)     

그렇지만 어느 곳이든 ‘잘’ 하면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현실은 냉정하지만, 또한 판타지 이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시나리오화 하기 전에 이야기를 한 호흡으로 쓰곤 하는데 보통은 ‘그림’을 생각하며 쓰기에 소설의 느낌과는 좀 많이 다릅니다. 비속어도 남발하고 서사나 감정은 대충 뭉뚱그려버립니다.      

이를테면, <철수가 참으로 지랄 맞은 기분이다. 그래서 집을 여기저기 박살을 낸다. ‘이런 씨발놈의 것.’> 이런 식으로.     


그런데 가끔 소설 흉내를 내며(?) 제대로 각 잡고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감정도, 배경도, 그들의 사연도 전부 알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나 쓰고 있습니다. 

(사실은 오늘 늦잠을 자고 나서 스스로 좀 한심해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생각하다가 뭐라도 쓰자. 마음먹고 시작한 것입니다.  본래  저라는 인간이 이렇게 즉흥적이고 무계획합니다.)     


이 이야기 또한 극화를 염두에 두지만, 꼭 그것이 되지 않더라도 하나의 이야기로 제대로 완결하고 싶어서 인물의 감정, 상황의 묘사, 이야기의 서사를 의식하며 쓰고 있습니다.           




제가 늘 뭔가를 시작했다가 접게 되는데 보통은 가열 차게 시작하고, 엔딩도 정해졌는데 중간에 흐름이 막혀 포기하는 고질병(?)이 있습니다. 인물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사건을 벌이는데 머뭇거리고, 이들이 이러는 게 맞나? 하는 개연성에서 갸웃? 하다가 멈칫하고, 포기하는 겁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원인은 다음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작가가 성질은 급한데 게으릅니다.

성질이 급해서 천천히 생각을 못 해요. 그래서 다다다다다다 씁니다. 그런데 또 깊게 생각하고 집중하고 에너지를 쓰는 일에는 굉장히 인색합니다. 성질이 급해서 진득하게 참지도 못하지만 고민하는 일도 힘듭니다. 그러니까 최작이 ‘게을러서’ 그래요.    

  

둘째, 겁이 납니다.

한번 시작하면 되게 힘든 것을 잘 압니다. 그런데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그러니 지레 질리고 겁먹어서 못합니다.    


셋째, 모릅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이 인물들이 어떤 인물들인 정확하게 모릅니다. 


그래서 인물을 알고, 사건의 깊이를 더 정확히 알고, 천천히 한 호흡으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하는 짓(?)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너무 한가한 것 같아서요.     

할 일이 없지는 않아요. 분명히 해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할 일도 많습니다. 내년이 되기 전에 완성하기로 목표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며칠 사이로 최종 마무리 해 줄 돈 받은 일도 있구요.


출근도 하지 않고, 혼자 꾸려나가는 저의 시간은 늘 넘치는 것 같지만 늘 부족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 하루가 그냥 흘러가기 일쑤입니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일감을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작 돈 받고 하는 일에는 마냥 시간을 들일 수 없는, 당장 마감에 내야 하는 글에는 마음껏 할 수 없는 일.  

하나의 감정까지 생각하며 써 보는 바닥부터 써 보는 어찌 보면 지난한 시간을 들여야 할  글을 시작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는 바쁘지 않다는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걸 공부라고 마음먹으니 잘 안되기도 하고, ‘돈 벌고 싶은’ 욕심으로 쓰려니 너무 부담이 되고 숨이 막혀서 시간은 들이되 돈은 안 되겠지만, 누가 많이 읽지도 않겠지만, 그냥 놀지 말고 쓰자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공간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행위가 때로는 되게 허무하고, 실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누가 궁금하다고 내 일상을 주절거리고, 내 상념을 떠드는가 싶어서. 그런데 처음부터 저는 숨 쉴 공간이 필요했고, 이 공간에 올리는 글은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았기에 별 상관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쓰는 <이야기>를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글은 잠시 후에 바로 올라갑니다.           

틈틈이 쓰는 터라 분량도, 업로드 날짜도 제멋대로 일 것입니다. ^^        


이곳에 올리는 <이야기> 는 아래 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storychoizak



실은 제가 지금 양쪽 손가락이랑 손목이 다 고장이 나서 병뚜껑도 못 따는데 그나마 타이핑해서 글은 쓸 수 있어요. 이러니 글이나 쓰고 살아야지,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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