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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Nov 07. 2023

글을 숨기며, 더불어 약간의 잡담.

연재 중이던 글 <스윗, 마이라이프>를 숨김처리했습니다. 

물론 끝까지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며 기한은 연내(2023.12.) 혹은 늦어도 연초(2024.01)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완인 채로 덩그러니 놓인 애들이 보기 딱해서 잠시 따뜻한 방에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마무리가 된 후에 한꺼번에 꺼내놓고 귀중한 분들의 귀중한 댓글도 다시 돌려놓을 겁니다. ^^



     

지금 쓸개를 떼네 마네 하고 있는 몸상태라 몸이 많이 쳐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통증이 심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호들갑스럽게 올린 지난번 글을 생각하면 이렇게 멀쩡(?)한 것이 민망합니다만, 응급실 의사선생님이 너무 겁을 줘서 멘붕이 왔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합니다. 일단 외래진료를 봤는데 담낭염의 소견이 확실한데, 환자(최작)가 안 아프다고 하니 의사도 갸웃? 한 상황이고 일단 지금 통증이 심하지 않으니 일주일 정도 약 먹으면서 지켜보자고 하네요.                


저희 아빠가 생전에 ‘눈’에 대해 과하리만큼 집착하셨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연세에 비해 시력이 좋아 맨눈으로(돋보기 없이) 지역정보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 급격히 안 좋아졌고, 그 때문에 여기저기 안과를 다녔지만 그저 노안이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뿐. 그러나 당신은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서울 성모병원 안과까지 쫓아가셨습니다. 당시 오랜 지병 때문에 먹고 있던 약이 눈에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확신 없는)조심스러운 의사의 소견에 당장에 약을 끊어버린 양반이죠. 말려도 소용없었고, 어쩌면 목숨보다도 당신의 ‘빛나던’ 시절 한 자락을 잃는 것이 더 괴로웠던 모양입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니. 노인네가 나이 들면 눈이 안 보이는게 당연하지. 그렇다고 그 약을 끊어?’........

겪어보지 않았으니 몰랐습니다. 나의 몸이 말을 듣지 않고, 하나씩 희미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을.      


제가 호적상 생일이 12월이라(실제는 여름입니다만..) 법정 만 나이로 2살을 깎고 들어가는데, 이제 그것도 얼마 안 남아서 이제 우길 수도 없이 중반을 넘어 확 꺾인 나이가 되었습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 막겠습니까마는 여기저기 삐걱거리니 문득 서럽습니다.

      

사실 저는 건강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셨고, 젊은 시절 (20-30대, 심지어 40대 초반까지도) 365일 중에 360일을 술을 먹은 적도 많았습니다. 밤샘은 예사였고, 운동은 숨쉬기라도 하니 다행? 집 앞 목욕탕도 차 끌고 가는 걷기혐오자였습니다. 그래도 괜찮았거든요. 살만했으니까 새벽까지 술 퍼먹고, 저녁에 또 술먹으러 갔죠.;;;     


그런데 지금은 술도 거의 안 마시고, 운동도 해보려고 애쓰며 일부러 자주 걷고, 밤샘은 언감생심입니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에 살은 10킬로 이상이 쪘고 몸 여기저기 혹도 생겼구요. (갑상선부터 기타 등등). 그리고 최근 1년 사이에 위경련으로 새벽에 응급실만 두 번 갔습니다. 응급실은 안 갔지만 동네 내과에 가서 수액 맞고 온 경우도 있고, 정도가 약해서 끙끙거리며 1시간을 버티다가 간신히 진정된 것은 손에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고, 소화제는 달고 살고, 허리통증이며 어깨통증은 디폴트!   




일요일 새벽에 응급실에 갔었고, 돌아와서는 내내 자다가 머리가 복잡해서 글을 하나 올렸고, 이후로도 거의 24시간을 잠만 잔 것 같군요. 어제는 혈압약을 타는 날이라 다니던 내과도 갔어야 했고, ct를 찍었으니 일단 결과는 들어야 해서 수술 각오까지 하고 외래를 다녀왔는데 위에 적었듯 일단 지켜보는 중입니다. 양쪽 병원에서 약만 한 보따리를 타왔습니다. 그리고 오후부터 내내 또 자다 깨다 했습니다.      


지금 밥이 안 넘어가서 죽만 이틀째 먹고 있고, 무엇보다 커피를 못 마셔요. 향이 좋은 캡슐을 골라 연하게 내렸는데도 구역질이 치밀어서 도로 뱉었습니다. 제 몸은 스스로 챙기는게 맞나봅니다. 알아서 거부를 합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과일청을 담는 습관이 있습니다. 손재주가 없어서 진득하게 손으로 하는 것은 잘 못하는데, 단순노동이 간절할 때가 있어요. 그럴때면 과일을 사다가 청을 담아요. 끓는 물에 유리병을 소독하고, 소금물과 베이킹소다로 껍질 째 박박 씻어서 다시 끓는 물에 한바퀴 굴려서 찬물에 씻습니다. 얇게 썰거나 과일에 따라(자몽 같은 것) 알맹이만 빼내기고 하죠. 유리병에 과일을 담고 설탕을 채웁니다. 그리고 잊어버리면 돼요. 설탕이 녹아 물이 되고, 과일이 흐물해질때까지.      


  

냉장고에 래몬이 달랑 두개, 겨우 저만큼 담느라 한참을 씻고 썰고 담고 집중 했었다. 


이주전인가 담아두고 잊어버렸던 레몬청을 가져와 탄산수에 섞어서 커피대신 마시고 있는데, 원래 레몬은 산성이라 위장에는 안 좋다고 하니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도서관으로 산책을 가고 싶은데, 글은 못 써도 책은 읽고 싶은데....

몸을 방치한 댓가를 치르느라 지금은 꼼짝 못합니다. 

오늘 이 동네 날씨가 살벌해요. 살이 쪄서 맞는 옷이 없는 통에 조금 두껍다 싶은 패딩을 입었는데, 안 입었으면 큰일 날뻔 했습니다.      


아, 근데 이 난리통에 3킬로가 빠졌습니다. 만세!!!!       

   

저는 내가 아직도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이렇게 알아갑니다. 그래서 감히 ‘아우, 늦었어. 이제 와서 뭘.’ 이라고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니까. 



저는 아직도 잘 살고 싶어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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