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기가 많다.
아니, 정확히는 나의 부드러운 살은 인기가 많다.
인기가 많다는 것은 대다수가 좋아한다는 이야기이다.
나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아끼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내 생각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나의 속살을 좋아한다.
속살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나의 생을 아껴준다.
이렇게 따지면 난 인기쟁이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아낀다.
나의 속살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내가 흘리는 땀과 눈물에 그들은 열광한다.
나의 속살에 열광하는 자들은 정확히는 내 속살의 '맛'에 환장한다.
혀끝에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 부드러운 촉감.
이 때문에 나의 살은 사랑받는다.
하지만 이 맛은 내가 죽어야만 그들이 느낄 수 있다.
즉, 난 죽음으로써 그들에게 사랑받는다.
반면, 나를 아끼는 소수는 내가 죽지 않길 바란다.
그저 내 존재 자체를 존중한다.
자유로운 땅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준다.
나는 나의 부드러운 속살보다, 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지만, 오늘도 희미하고 의미 없는 눈빛으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그들은 내가 죽음으로써 얼마나 그들의 삶에 해를 끼치는지도 모른다.
당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부드러운 속살을 가진
나의 이름은, “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