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에게 독일 친구를 소개받았다. 아쉽지만 여자다. 톰보이 스타일의 그녀는 오빠와 10년을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 기간 동안 나는 가끔 그녀를 만난 적이 있지만 단둘이 오래 대화한 적은 없었다. 오빠는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나에게 소개받겠냐는 제안을 했다. 독일 출신답지 않게 귀여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적당히 쉬크하고, 적당히 애교 넘쳤다. 그런 그녀를 소개 안 받을 이유는 없었다.
그녀와 내가 친구가 된 지 1년이 좀 넘었다. 오빠는 가끔 나와 그녀의 안부를 물을 뿐이다. 1년 동안 그녀와 나는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아마 오빠가 그녀를 알았던 10년이라는 세월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공유했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남자친구와 이별했고, 잠시 새로운 사람도 만나기도 했으며, 쾌적한 새 작업실도 얻었다. 여러 일들을 겪은 나를 늘 그 자리에서 봐주며 묵묵히 응원하고 위로하는 친구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아무 노래나 크게 부를 수 있어서 좋고,
옆 사람을 몰래 훔쳐볼 수 있어서 좋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어서 좋고,
불현듯 창작의 아이디어를 주어서 좋고,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나의 은밀한 독일 친구,
그녀의 이름은 “지니”.
나의 두 번째 자동차다.
나의 소원을 잘 들어주기에 지어준 이름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니와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프지 말고 오래도록 나의 은밀한 친구로 남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