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F, 36세
“계절로 치면, 아가씨는 봄에 해당되요. 많은 것들이 시작되는.”
오래전, 사주를 보러 가서 들었던 말이다. 무엇이든지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의 사주인데,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시작을 잘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시작한 것의 끝을 잘 못 맺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자꾸 다시 시작한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시작 명인은 언젠가부터 나의 수많은 시작에 타인을 불러들이기를 또 ‘시작’했다. 혼자 시작해보고 좋은 것들을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셈이다. 마치 유튜버들이 “좋아요 꾹, 구독 꾹, 알림 설정 꾹”을 말하는 것처럼. 그들이 추천하는 대상이 온라인의 불특정 다수라면, 나의 대상은 오프라인의 특정인들이다. 그리고 그 특정인들은 내가 매우 신중히 엄선하고 선별한, 취향이 공유되는, 달리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작년부터 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들은 크게 두 가지이다.
캠핑, 그리고 글쓰기.
나에게는 백패킹을 즐기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1년에 두 번, 한 달가량을 미국과 캐나다 등의 국립공원으로 캠핑을 하러 가는 프로 백패커다. 한국에서는 같이 다닐 친구가 없어서 가지 못한다고 가끔 투정을 부리던 그녀와 함께 나는 여러 번 여행을 다니며, 캠핑에 입문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장비를 차곡차곡 모으는 중에, 이 좋은 것을 또 함께 나누어 되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작 명인은 지인들에게 낚시질을 시작했다.
“언니, 있잖아. 내가 캠핑을 가봤는데, 어쩌고저쩌고…”
“일단 처음에 가장 필요한 건 이거고, 저거고, 어쩌고저쩌고…”
내가 던진 미끼를 너무나도 쉽게 물은 친구들은, 나의 캠핑 일정에 늘 함께하게 되었고, 이제는 나보다도 더 캠핑에 빠져들어 캠핑 전문 매장 직원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쉽게 낚인다고?’
올해 나의 두 번째 낚시질에 낚인 친구는 일주일에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짓을 5개월 넘게 해 오고 있으니, 이만하면 이제 시작뿐 아니라 실행도 나쁘지 않게 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그리고 이 정도 낚시질이면 다단계 판매원을 해도 어디 가서 굶어 죽진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시작에 동참해 준 친구들 중엔, 무엇이든 많이 고민하고 시작하는 친구도 있고, 나와 비슷한 성향이 있는, 시작 명인 같은 친구도 있다. 그들은 나의 낚시질로 인해 서로의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공통된 시간 속에서, 조금은 다른 취향, 습관, 삶의 규칙들을 발견한다. 이런 과정들에 의해 나와 내 친구들은 점점 자신을 알아간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서 성장하는 이런 관계가 건강한 인간관계가 아닐까? 라는 어깨 뽕 가득 들어간 자만심을 가지며, 오늘도 난 새로운 미끼를 찾으러 나선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나누기 위해서. 그리고 제발 쉽게 낚여 주길 바라며, 힘차게 낚싯대를 던진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니까요.”*
------
* 영화 『기생충』(2019, 봉준호 감독 작품) 포스터의 메인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