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밴드를 하고 있다. 하나는 폴링스타 재결성 밴드(재결성 밴드)고 하나는 레드핫칠리페퍼스 카피밴드(카피 밴드)다. 후배가 카피밴드를 제안했을때 나는 좋다고 했고 그 이후 기타 멤버와 건반 멤버를 구인해 라인업을 완성했다. 재결성 밴드는 전에 함께 했던 후배 두 명이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보컬과 건반 멤버를 구인해 라인업을 완성했다. 재결성 밴드는 격주로 하고 카피밴드 매주 하는데, 일정이 어긋나면 하루에 두 팀을 할 때도 있다. 뒤풀이까지 하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두 팀 다 밴드 분위기가 좋다. 두 밴드 모두 내가 만들고 이끌었던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던 후배들이라 서로를 잘 안다. 밴드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선곡에 있어서도 상대를 배려한다. 성실함은 기본이다. 다시 멤버들을 규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성실함이었다. 성실하지 못한 멤버들은 재결합하는 데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그 전에 비해 여유가 생겼다. 그전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게 쫓겨 합주를 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부담감과 책임감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멤버간에 의견 충돌을 일으켰다. 내 것을 하지 못하고 즐기지도 못했다.
밴드 분위기가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멤버 중에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그 자리를 다시 채우는 건 매우 힘들다. 밴드를 계속하고 싶으면 지금 멤버들과 계속 잘 지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서로 대체불가한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밴드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직장도, 연애도 마찬가지다. 지금 직장 생활이 마음에 안 들면 이직을 알아보고, 지금 사귀는 친구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친구를 찾게 된다. 최근 이직률이 급격하게 낮아졌다고 한다. 경기가 안 좋아 이직할 자리마저 없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그냥 있게 되는 것이다. 나도 힘들 때마다 이직할 곳을 기웃거렸던 적이 있다. 그때는 대안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곳을 보지 않는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 친구가 어느 날, 와이프의 절친 장례식에 다녀와서는 내게 전화를 했다. 내 생각이 그렇게 났다는 것이다. 40년 넘은 친구를 대신할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나이 들어 부부관계가 좋은 사람이 있다. 서로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부들은 나이 들어 점점 부부관계가 좋아진다. 이 역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대안이 줄어드는 건 아쉽다. 하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한 눈 팔지 않고 지금의 자리, 관계,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