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박'과 인간의 부정확한 감각사이

by 조작가

합주할 때 드러머로서의 고충이 있다. 속도를 유지하는 거다. 음악이 시작돼서 끝날 때까지 속도를 유지한다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 인간이 메트로놈이 아닌 이상 정확하게 속도를 지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합주가 될 정도의, 그러니까 그런대로 들어줄만한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속도를 유지할지 고민하고 생각한다.


속도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다른 멤버들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어떻게든 속도를 맞춰야 하는데 그동안 내가 터득한 방법은 이렇다.


노래를 따라 부른다. 대체로 속도가 출렁거리면 노래를 따라 부르기가 힘들다. 가사를 모르면 드럼 연습할 때처럼 하나, 둘, 셋, 넷을 센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다. 나도 모르게 음악에 휩쓸리기 마련이고 그러면 속도가 깨진다.


두 번째 방법은 음악으로부터 떨어지는 거다. 속도가 일정치 않은 건 음악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chorus 부분에선 감정이 고조되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지게 마련이다. chorus 부문에서 흥분하지 않기 위해선 다른 생각을 하면서 감정을 통제한다. 하지만 이 방법도 실패하기 쉽다. 로봇이 아닌 이상 기계처럼 연주할 순 없다.


세 번째 방법은 메트로놈을 끼고 연주하는 방법이다. 초보자일 때는 메트로놈을 끼고 연주하는 게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메트로놈 속도에 맞춰 연주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너무 '칼박'이라는 거다.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감이 있는데, 그게 메트로놈과 다르면 틀리다고 생각한다. 음악엔 기승전결이 있어서 verse는 잔잔하게 나가고, chorus은 세게 달리는데, 잔잔하게 연주하던 세게 달리던 사실 속도는 똑같은데 연주자나 청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센 부분은 속도가 빠르고, 잔잔한 부분은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 메트로놈에 맞춰 연주했는데 속도가 틀리다며 지적받을 때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지적받고 다시 메트로놈에 맞춰 똑같이 연주하면 그때서야 '이래 이번엔 딱 맞네'하며 좋아한다. 인간의 감각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원조 가수와 모창 가수 5명이 나와 블라인드에서 노래를 부르면, 방청객 100명이 원조 가수와 모창 가수를 고르는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원조 가수가 누구인지를 맞추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가 있다. 모창 가수는 원조 가수보다 더 원조 가수같이 모방하기 때문이다. 모방하는 사람은 그 특징을 잡아내 그것을 더 강조한다. 사람들이 듣기에는 그것이 더 원조 같이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해석은 사람들의 감각이 부정확하다는 거다. 찰리 채플린이 어느 도시를 여행하다 그곳에서 찰리 채플린 모방 대회가 있어 그 대회에 참가했는데 그가 꼴지(인가)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증인이 범행 현장을 기술할 때 그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지에 대한 연구도 있다. 자신이 목격한 것이 잘못 입력되고 그것이 기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진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심각한 왜곡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영화는 1초에 24장의 컷을 연속적으로 내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예술이다. 사람의 불안정한 감각을 속이는 것이다.


'칼박' 보다 기승전결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더 인간적인 박자다. 그래서 나는 합주할 때 적당히 인간의 불안정한 감각에 속도를 따라 맞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체불가능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