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랑해

그리그와 베토벤의 'Ich liebe dich'

by 조작가

그리그의 'Ich liebe dich'(Op. 5 No. 3)를 처음 들었을 때, 'Ich liebe dich'가 귀에 꽂혔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운 게 다행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이다. 솔직히 2년 간 공부해서 유일하게 남은 문장 하나가 'ich liebe dich'다.


독일어를 몰라도 이 노래에서 'ich liebe dich'가 귀에 쏙 들어온다. 신승훈의 '보이지 않은 사랑' 덕분에 온 국민이 다 아는 독일어 문장이라지만 반복해서 등장하는 'ich liebe dich' 부분은 너무나도 뚜렷하게 들린다.


외국에선 대표적인 웨딩 송으로 사랑받는 곡이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고 난 뒤, 축하공연에서 조수미가 이 곡을 불렀다.(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


가사는 '인어공주'의 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시 "Min Tankes Tanke"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이다. 안데르센은 스웨덴의 나이팅게일로 불리던 유명한 소프라노 제니 린트에게 매혹당해 '그대를 사랑해'라는 연시를 써서 보냈고 그리그는 안데르센의 이 시에 곡을 붙여 자신이 연모하던 여류 성악가인 니나 하그루프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가사

그대는 나의 생각, 나의 생명

내 마음속의 영원한 기쁨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리

사랑하오 사랑하오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오

사랑하오 그대를 영원히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네

그대의 행복은 또 나의 것

또 나의 운명이 변할지라도

사랑하오 사랑하오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오

사랑하오 그대를 영원히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랑 앞에 온갖 형용사와 부사를 붙여서 자신의 사랑이 위대하고 대단하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다. 문학적으로는 반복법이다. 첫 번째 소원은 통일이고 두 번째 소원도 통일이고 세 번째 소원도 통일이다라고 표현한 김구의 '나의 소원'이 대표적인 반복법을 사용했다는 걸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표현하면 더욱더 간절함이 느껴진다. 문학적으로 반복법을 사용했다면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음악적으로는 크레셴도를 썼다. 반복법과 크레센도의 결합은 이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간절한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자꾸 반복적으로 듣게 된다.


'Ich liebe dich'로 가장 유명한 곡은 역시 베토벤이다. 신승훈의 '보이지 않은 사랑'에서 이 노래를 사용해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도 다 알 정도다.


베토벤의 'Ich Liebe Dich'는 헤로세의 시 '부드러운 사랑'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G장조의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곡으로 세 절이 같은 선율로 반복하고 있다. 극적인 요소보다는 서정성과 소박하고 진솔한 감정 표현을 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베토벤의 음악 중 가장 서정적이고 소박한 음악이다.


가사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듯

저녁에도 아침에도,

우리가 서로의 근심을 나누지 않은 날은 없었죠.


그 근심들도 우리 둘이 함께 나누니

견딜 만했어요

당신은 슬플 때 나를 위로했고,

나는 당신의 탄식에 함께 울었죠.


그러니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에게,

당신, 나의 인생의 기쁨이여.

하나님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내게 지켜주시며,

우리 둘 다를 보호하고 지켜주소서.


3절로 구성된 가사는 각 절마다 메시지가 다르다. 1절에서는 상호적인 사랑과 일상적인 사랑을, 2절은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을 함께 하는 사랑을, 3절은 그러한 사랑을 신에게 지켜달라고 소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학적으로 해석하면 점층법 구조다.


그리그의 'ich liebe dich'가 화자의 고백을 노래한 거라면, 베토벤의 'ich liebe dich'는 화자와 청자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그리그 노래에선 화자의 사랑만 등장하는 반면 베토벤의 노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해요.'(Ich liebe dich, so wie du mich')라며 서로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그의 'ich liebe dich'는 화자가 청자에게 고백하는 노래로 화자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하고 간절한지를 'ich liebe dich'를 반복하고 크레센도로 불러서 표현하고 있다면, 베토벤의 'ich liebe dich'는 메시지의 점층법으로 이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그의 사랑 표현이든, 베토벤의 사랑 표현이든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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