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Jul 29. 2020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

나는 말과 행동 중에서 무엇이 앞서는가?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자공문군자, 자왈  선행기언  이후종지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네가 말하려는 바를 먼저 실행하고, 그 연후에 말을 하라.” - 《논어》위정 중에서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화려한 복장의 자공이 눈을 반짝이며 공자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스승님, 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자는 잠시 생각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음. 네가 평소에 말솜씨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니….’
 “먼저 행동부터 하고 그다음에 말을 해야 한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 중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명예, 지위, 부의 기준에서다. 그의 본명은 단목 사(기원전 520년 ~ 456년)다. 그는 누구보다 말솜씨가 뛰어났고, 그러한 능력 덕분에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또한 공자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서 그가 전국에 유세를 다니는데 큰 도움을 줬다. 똑똑하고, 경제적인 능력도 있고, 학문적인 성취도 보였기 때문에 공자가 총애하는 제자 중 하나였다. 


 《논어》의 위정에서 나오는 이 사례를 읽어보면 공자의 자공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는 자공의 입심이 세고,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가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공자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자공은 남을 칭찬하는데 후했으나, 반면 남을 비평하는데도 능했다. 당연히 그를 원망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자공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일을 좋아하여 때를 보며 돈을 잘 굴렸다. 그는 남의 장점을 칭찬하기를 좋아하였으나 남의 잘못을 덮어주지는 못하였다. 그는 일찍이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재상을 지냈으며 집안에 천금을 쌓아두기도 하였다. 그는 제나라에서 삶을 마쳤다.” - 사마천의 《사기》,중니제자열전 중에서


 그랬기 때문에 공자는 자공을 칭찬하면서도 늘 경계의 마음을 갖도록 꾸짖기도 했다. 돈도 많고 권력을 가진 자공이었지만 그는 스승 앞에서 겸손했다. 공자의 임종을 지켜봤고 3년 상을 두 번이나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공과 같은 사람이 인정을 받는다. 화려한 언변은 자신에게 큰 무기가 된다. 특히 누구나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이러한 언변이 큰 자산이다. 하지만 행동보다 말이 너무 앞서 나갈 때 문제다. 말로는 온갖 도덕적 삶의 중요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실행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갑질을 하면 안 됩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합니다.”라고 말을 하면서,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반말을 한다든지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거기에 대한 항의를 해야 하지만 목소리를 높이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 사람이 어떤지 알려면 그나 그녀에게 완장을 채워주면 된다고 말이다.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말을 하지 말고 침묵을 지키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브랜드화’가 중요해진 시대다. 내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를 알 수 없다.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하고 알려야 한다. 


 공자의 제자 증자(기원전 505년 ~ 435년)는 자공과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융통성이 없던 공자조차도 증자를 답답하게 여길 정도로 우직했다. 하지만 증자는 공자에게서 배운 것을 항상 되새기면서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노나라에 남아서 공자의 학문을 계승했던 것은 다른 뛰어난 제자들이 아니라 꾸준히 그리고 조용히 노력했던 증자였다. 


 물론 오늘날에는 증자 같은 사람이 잘 인정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 누군가는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실컷 부려먹고, 자신의 공적으로 위장시킬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무한경쟁의 시대에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룬 업적이나 성과물을 잘 포장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을 잘해야 하고, 말을 잘한다는 것은 화려한 언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빠른 말로 또는 과장된 언어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것은 한순간뿐이다. 그 말에 현혹된 사람들은 나중에 실망하고, 떠나게 된다. 한 마디로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말에 진심을 담고, 마음도 진심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제일 이상적인 경우는 나의 행동으로 능력을 보여주고, 말이나 글로서 나를 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점차 인지도가 올라가고 인정받게 된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나의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부담이 되고, 나의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이 들 것이다. 나를 더 예쁘게 포장하고 싶은 욕구다. 중국어 회화 능력이 4급 정도인데, 유창하다고 이야기한다든지, 평소 2,000 보정도 걷는 사람이 매일 만 보를 걷고 운동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있다. 내가 목표를 높게 잡고 이를 말로 내뱉으면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중국어를 잘한다고 했으니 더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려고 하고, 만 보를 걷는다고 했으니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만 보를 걷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행력이 좋은 사람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계속 행동보다 말이 앞서게 된다. 


 자공은 뛰어난 언변을 자랑했지만 그만큼 실력도 좋았다. 말만 앞서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공자에게 꾸지람을 들어도 불만을 품지 않고 그를 경제적으로 돕고 지원했다. 공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누구보다 더 애도했다. 자신의 단점을 알았기 때문에 늘 가르침을 청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행동보다 말이 먼저 앞서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어떤가? 나는 무엇이 더 앞서는 사람인가? 


 목표를 말로 선언하고 지키는 것은 좋은 행위다. “올해 나는 5kg을 감량했다. 나는 야채와 과일을 좋아한다.” 이렇게 선언하고 지키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말만 하고 이를 지키는 않는 것은 나 자신을 속이는 행위다. 그 행위가 반복될수록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나중에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그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행동’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가지라도 지키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누구든지 자공이나 증자가 될 수 있다. 선택의 우리의 몫이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을 크게 갖는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