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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03. 2020

신용은 신용카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子曰: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大車無輗, 小車無軏, 其何以行之哉?" 
자왈: "인이무신, 불지기가야. 대차무끝, 소차무월, 기가이행지재?"


 공자가 말했다. “사람으로서 신용이 없으면 근본적으로 그르친 것이다. 큰 수레에 끌채 끝 쐐기가 없고 작은 수레에 끌채 끝이 없는데, 어떻게 움직일 수 있겠는가!” 


 ‘믿는다’는 한자 신(信)을 보면 말씀언(言)옆에 사람인(人)이 있다. 그만큼 사람의 ‘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말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 사람들은 말을 내뱉고 나서 종종 잊어버린다. 그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하지만 ‘믿음’의 가장 기본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말 하나에도 신중하고, 말하고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 


 우리가 연초에 결심했던 것들을 한 번 돌아보자. 다이어트, 금주, 금연, 독서, 운동, 절약 등 다양하다. 나도 내가 계획한 것 중에서 대략 절반 정도는 지키고, 나머지는 지키지 못했다. 그만큼 자신과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나의 ‘의지’를 믿으면 안 된다. 우리의 의지는 모래성과 같아서 유혹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쉽게 무너진다. 그렇다고 모래성을 콘크리트 성으로 만들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다. 물론 아주 절박한 상황이 되면 그렇게 될 수 있지만 말이다. 


 또한 ‘환경’을 바꿔야 한다. 모래성을 파도가 없는 곳에 지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금주를 선언했다면 저녁 회식에서 빠져야 하고, 점심 회식으로 대체한다. 집에 술을 놔두면 안 된다. 술이 있으면 나의 의지는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휴대폰 사용을 줄이고 싶다면 휴대폰을 다른 방이나 먼 곳에 둔다. 적어도 일요일 오전 스마트 폰 free와 같은 시간을 마련한다. 그러면서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 독서나 공부를 하거나 바깥에 산책을 나가도 좋다. 한결 머리가 맑아짐을 느낄 것이다. 나도 무언가에 집중할 때는 휴대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꾸거나 다른 방에 둔다. 그러면 정말 집중력이 늘어나고 생산성도 좋아진다. 


 다음은 ‘목표’다. 목표는 ‘북극성’과 같다. 우리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늘 반짝반짝 빛난다. 목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인생은 하늘과 땅 차이다. 목표를 세우기만 하면 안 된다. 매일 아침, 저녁 명상을 하면서 나의 목표를 상기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각화’하거나 손으로 쓰면서 목표를 되새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목표를 실행하기에 알맞은 동기와 긍정적 사고방식을 강화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그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자기 자신에게 반복해서 얘기할 때 우리의 잠재의식은 신념과 태도를 바꿔나간다” - 《미라클 모닝 밀리어네어》중에서
 출처: Pixabay

 건강하고 싶다면 매일 아침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나도 모르게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밖에서 걷게 된다. 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집에 와서는 시원한 물을 마시고, 하루를 시작한다. 몸에서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의 의지를 믿어서는 안 된다. 물론 앞서 설명했듯이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경우에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절박할 정도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의미도 된다. 그전에 미리 예방해야 한다. 특히 건강에 대한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신경을 쓰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지를 능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건강한 삶을 살고, 목표를 상기한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작은 성공들을 이루면 자신감이 생기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믿게 된다. ‘믿음’이라는 것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나에 대한 믿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음은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믿음’이다. 신용(信用)은 ‘믿음성의 정도’나 ‘재화의 대가를 앞으로 치를 수 있음을 보이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용카드라는 말이 생겼다. 사회에서 신용은 필수적이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서 평가하거나 이야기할 때 제일 중요시한 것이 바로 신용이다. 신용이 좋은 사람은 평판도 좋고,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람들이 피하게 된다. 


 신용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말하는 것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내가 한 말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거짓으로 감추려고 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믿음이 가는 직원에는 더 중요한 일을 맡기게 되고, 그렇지 않은 직원에게는 실행이 안 돼도 큰 문제가 없는 일을 맡기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신용이 없는 사람은 공통적으로 말이 앞선다. 말을 뱉어내고 이를 지키지 못한다. 한두 번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상습적일 때 문제다. 


 따라서 공자는 수레와 말이나 소를 연결할 끌채 끝에 ‘쐐기가 없거나 끌채 끝이 없다면’ 수레를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쐐기나 끌채 끝이 바로 단단한 믿음이다. 여기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야 수레를 끌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수레를 끄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여기가 약하면 언제든지 수레는 끊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나를 믿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표를 상기하고 나의 시스템에 따라서 반복하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나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믿음을 줘야 한다. 나를 믿어주지 않더라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 나를 포기하는 순간 더 이상 약속을 지킬 수 없다. 하지만 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세계적인 감독이 된 박찬욱 감독도 무명시절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이를 지켜냈다. 그것은 그가 끊임없이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고심하고, 시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공동경비구역 JSA>라는 히트작을 내기 전까지 많은 작품에서 연출을 하고, 첫 번째 감독을 한 작품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결국 거기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재능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중요하다” - 박찬욱 감독, 《데뷔의 순간》중에서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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