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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08. 2020

나만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

 子曰 射不主皮 爲力不同科 古之道也
 자왈 사부주 피 위력 부동과 고지도야


 공자가 말했다. “활을 쏠 때는 화살이 과녁을 뚫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사람들의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활 쏘는) 도道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나의 분수에 맞추지 않고 힘겨운 짓을 하면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말이다. 뱁새를 본 적은 없지만 13cm의 소형 조류라고 한다. 즉 조그마한 새다. 반면 황새는 다들 잘 알 것이다. 한 마디로 롱 다리 새다. 뱁새가 긴 다리의 황새를 쫓아가려고 뛰다 보면 숨도 차고 당연히 힘들어서 쓰러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황새와 같이 빨리 가고 싶은 뱁새의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의 대부분이 뱁새이면서 황새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분수에 맞게 살라는 것은 나쁜 말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꿈을 향해서 노력을 해야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의미다. 잘못하면 금방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많은 목표를 세우고 결심을 한 후에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이와 같다. 지금 당장 살을 빼고 근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SNS에 있는 몸짱을 따라 하려고 한다. 복근 운동 30분, 줄넘기 30분, 러닝 30분 등. 그렇게 하면 100% 포기하게 된다. 며칠 열심히 하거나 적어도 몇 주를 한다고 해도 나중에 몸살이 나거나 부상을 당한다.  


 따라서 나의 수준에 맞게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장기 목표는 크게 가져야겠지만 당장 단기 목표부터 너무 무리하게 잡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일단 내가 세운 목표를 지키면서 작은 승리를 하고, 그것이 모여서 결국 큰 승리를 거두게 된다. 그러려면 매일 아침 나의 목표를 상기하고 매주, 매월 나의 진척사항을 관리해야 한다. 꾸준히 노력하고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 Pixabay

 달팽이가 기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아침에 산책할 때 달팽이를 보면 정말 천천히 기어간다. 언제 이 길을 다 갈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달팽이는 사라진다. 자신의 점액을 길가에 남겨둔 채. 우리도 달팽이처럼만 꾸준히 나아간다면 못할 것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우리가 달팽이처럼 기어가도록 세상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스스로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목표를 잡고 독서를 시작했다고 하자. 하루 10페이지씩 꾸준히 읽기로 했다. 하루 10페이지는 사실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매일 책을 읽으면서 독서를 이어간다. 그런데 SNS를 보니 어떤 사람은 독서 100권 달성, 심지어 1,000권, 2,000권 달성 인증을 올린다. 갑자기 속에서 불이 난다. 이렇게 책을 적게 읽어도 괜찮을까? 하루 10 페이지면 1년에 고작 10권 내외인데. 


 그래서 독서량을 늘린다. 하루 30페이지로 3배로 한다. 하루, 이틀 잘 지킨다. 하지만 술 약속이 있거나 피곤할 때가 되면 이 30페이지가 엄청난 양으로 다가온다. 결국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포기한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에 독서 목표를 세운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다. 


 독서, 다이어트, 운동, 스트레칭, 금주, 금연, 재테크, 그림, 어학 공부, 각종 취미 활동 등. 우리는 목표를 잡고 노력을 하지만 결국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다가 포기한다. 황새가 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롱 다리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나름대로 그 결과를 정당화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결국 인생의 마지막 자락에서 후회만 남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아주 단순하다. 


 “나의 속도를 유지하면 된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귓등으로 흘려듣고, 나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마라톤이나 장거리 경주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되면 금방 쓰러진다. 그렇다고 마라톤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당초 10km 달리기를 목표로 삼았으나 그러기에는 이미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우선 걷기 위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녁 틈이 날 때마다 걷는다. 걸을 때 영어 뉴스를 듣거나 또는 오디오북을 듣는다. 일석이조의 효과다.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이면 SNS를 안 보면 된다. 나는 3 천보를 걸었는데, 누구는 매일 만보를 걷는다. 당연히 더 걷고자 할 것이고, 그렇게 하다가 족막염에 걸리거나 다치기 일쑤다. 나의 페이스를 넘어서면 내 몸에서 반항을 하다. 

출처 : Pixabay

 공자께서 “화살이 과녁을 뚫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은 천성적으로 힘이 세거나 기술이 좋아서 화살로 과녁을 쉽게 뚫을 수 있다. 반면 나의 화살이 과녁에 간신히 꽂히면 창피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느낄 필요가 없다. 당연히 과녁을 뚫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지만 나만의 체계적인 목표를 갖고 나아가면 된다. 아무리 노력해서 안 되더라도 괜찮다.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의 속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달팽이처럼 나의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나아가자. 옆에서 누가 짖든 상관하지 말고 앞을 보고 가야 한다. 뱁새가 롱 다리 황새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만큼 뱁새는 순발력이 좋기 때문에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나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수많은 유혹의 소리, 좌절의 소리가 울리더라도 귀를 막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길(道)이다. 세상 사람이 무엇이라고 하던 나의 목표를 잡고 꾸준히 나아가자. 나만의 속도를 잊지 말자. 정말 자신이 없다면 속세를 떠나서 목표에 정진해야 한다. 아니면 그냥 휴대폰을 끄고, 나의 목표를 향해서 노력하자.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어떤 것이든 좋다. 그 길의 끝에는 반드시 달콤한 열매가 있다. 그것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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