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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10. 2020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선인과 악인을 구별하는 법

 子曰: 唯仁者能好人, 能惡人
 자왈: 유인자능호인, 능오인


 공자가 말했다. “오직 인자仁者만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를 판별할 수 있다.” 


 공자가 가장 강조한 화두는 ‘인仁’이다. ‘인’은 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것은 도덕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 ‘인자’는 선한 사람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어진 사람이 선인과 악인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선한 사람은 오히려 사회에서 종종 이용당하는 일도 있지만 말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살펴봐야 한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자로(기원전 542년 ~ 480년)는 무인의 기질이 있었고, 솔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명이 중유인 그는 공자와 나이차가 불과 9살이었고, 나이 상으로는 거의 선, 후배 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스승을 깍듯하게 모시고, 배움을 청했다. 


 그가 처음 공자를 만났을 때가 흥미롭다. 자로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강론을 하고 있을 때, 그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느닷없이 뛰어들었다. 긴 칼을 차고, 수탉과 새끼 돼지를 양 손에 들고 있었다. 한 마디로 야인 그 자체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겁을 먹었겠지만 공자는 태연자약했다. 공자는 한 마디를 날렸다. 


 “그대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자로는 바로 대답했다. 


 “나는 긴 칼을 좋아한다.” 


 이때 공자는 미소를 지으면 물었다. 


 “나는 그대가 능한 것 위에 배우기와 묻기를 더하면 누가 그대를 따라잡겠는가? 나는 이것을 물은 것이다.” 


 이어서 몇 마디 선문답을 하고, 키가 유난히 큰 자로는 역시나 키가 큰 공자에게 무릎을 꿇고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참고로 공자의 아버지는 무인이었다. 

출처 : Pixabay

 공자는 겉으로는 우락부락한 자로를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내면을 들여다봤다. 그가 한마디로 ‘진국’ 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자신을 찾아와서 난장판을 벌인 것도 결국 그가 마음을 기댈 곳이 없어서 누군가의 가르침을 원했기 때문이다. 자로는 겉과 속이 다른 학자들을 싫어했다. 그랬기 때문에 공자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로 생각했다. 


 하지만 공자는 그의 방황하는 영혼을 알아보고 제자로 거두었다. 그만큼 공자는 누군가를 대하는 데 있어서 편견이 없었다. 실제로 그의 제자들 중에는 당시로는 신분이 비천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공자는 이를 개의치 않고 제자로 받아들였다. 배움에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사람을 제대로 봤다. 자로는 나중에 공자가 14년간(기원전 496년~) 중국 전역을 주유하면서 유세를 할 때, 그의 보디가드 역할을 제대로 했다. 오죽하면 자로가 무서워서 공자에 대한 험담을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공자는 자로의 솔직한 성격이 걱정이었다. 그가 제 명에 죽기 힘들 것이라고 예견했을 정도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자로는 제 명대로 살지 못했다. 자로가 위나라에서 벼슬을 하다가 내분이 일어났고, 이를 공개적으로 책망하다가 결국 반란군에게 살해당했다.  


 공자는 자로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제자로 받아들였지만 결국 그의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공자가 제일 총애했던 제자 안회(기원전 521년 ~ 481년)가 죽었을 때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라고 한탄했고, 자로가 죽었을 때도 “하늘이 나를 끊어버리는구나. 하늘이 나를 끊어버리는구나”라고 절규했다. 이러한 상실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자는 그다음 해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출처 : Pixabay

 공자와 자로의 일화를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는 그만큼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말하기 위함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속아왔는가? 반대로 별로 신임하지 않던 사람이 의외로 의리를 지키고 나를 어려움에서 구해준 적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의 품성을 제대로 알아본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연륜이라는 것이 쌓이게 마련이다. 마치 ‘빅데이터’가 쌓이는 것처럼 어느 정도 패턴이 보인다. 특히 사업이나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그러한 ‘촉’이 그 누구보다 발달했다. 반면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촉’에 약하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을 은퇴하고 나오면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지 못해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사람들을 많이 알고 만났다고 해서 안목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나 자신이 ‘인자’가 되지 않으면, 인자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지 않는다. 결국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도道를 먼저 닦아야 한다. 나의 기준이 뚜렷해야 한다. 나의 마음이 흔들리고, 내가 나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상대방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도 사라진다. 


 나의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책을 읽고 사색해야 한다. 나의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제일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감언이설에 따라서 나의 마음은 갈대처럼 휘둘린다. 소나무처럼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그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공자가 2,500년 전 자신이 믿은 가치를 위해서 평생을 보낸 것처럼 나도 내가 믿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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