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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11. 2020

죽음 앞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만약 오늘 저녁이 나의 생의 마지막이라면? 

 子曰 : 早聞道 夕死可矣
 자왈 : 조문도 석사가의
 공자가 말했다.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 - 《논어》이인 중에서


 공자가 평생을 제자와 백성들에게 가르치고, 군주들에게 설파했던 도道의 핵심을 알려주는 문장이다. 가장 함축적이면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정말로 다양한 해석이 많다. 먼저 공자가 이 말을 남긴 것이 그의 말년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가 염원한 사회는 왕이 올바른 길을 따르고, 백성을 인자하게 대하는 곳이었다. 서로가 예를 갖추고, 사랑하고 진심을 다하는 곳이었다. 아쉽게도 그가 꿈꾼 이상향은 그의 생전에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사상과 정신은 제자들에게 대대손손 내려오면서 수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오죽하면 2,500년이 흐른 후에도 많은 이들이 《논어》를 읽고 연구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도道를 듣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먼저 ‘진리를 깨닫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사실 수많은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왜’ 사는지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하루 무언가에 쫓겨 사니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 눈을 감는 순간까지 왠지 바쁘고 불안하기만 하다.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하면 행복과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그때가 되면 또 다른 고민거리가 찾아온다. 시간의 여유는 생길지 모르지만 여전히 마음의 여유는 없다. 오히려 삶의 나침반을 잃고 빙글빙글 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려서는 안 된다. 내일, 모레면 행복과 깨달음이 가만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안 되듯이 책도 많이 읽고, 사색하고, 글도 써야 한다. 그러면서 나만의 답을 찾아간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왠지 뿌옇게 보이던 것이 점차 선명해짐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존재의 이유, 그리고 삶의 목적 등을 말이다. 

출처 : Pixabay

 이러한 질문과 답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면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돈, 사랑, 명예, 지위, 가족 등등. 그렇다면 그것이 정말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지 질문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제일 중요시하는 가치가 ‘돈’이라고 하자. 나는 돈을 모으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나 깨나 돈 생각이고, 어떻게 하면 부를 끌어 모아서 부자가 될지 고민한다. 부동산, 주식, 더 나은 직업, 로또, 경매 등 온갖 방법을 머리에 떠올린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한 번 더 해봐야 한다. 


 “만약 내가 오늘 저녁에 죽는다면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100평대의 아파트, 금괴, 은, 부동산, 주식 등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자가 말한 ‘괜찮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한자로는 가능하다고 할 때는 ‘가可’다. 내가 ‘돈’을 최고의 가치로 깨닫고 저녁에 죽어도 가능(可)하겠는가? 전혀 후회는 없을까?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솔직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고인이 되신 스티브 잡스도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죽음 앞에서는 결국 나의 몸뚱이와 영혼밖에 없다. 한없이 겸허해진다.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늙었거나 젊거나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평등해지는 순간은 죽음에 이르렀을 때다. 더 좋은 무덤, 납골당에 묻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나의 영혼은 육신을 떠났기 때문이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소중한 가치를 찾기 위해서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수많은 권력자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이들 중 일부는 현세의 욕망에 빠져서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스스로 망가질 때까지 폭주기관차가 되었다. 

출처 : Pixabay

 사실 우리는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사소하게 생각하거나 또는 이미 잊었다. 그것은 너무나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답을 공자는 ‘인仁’이라고 보았고, 요새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가장 기본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 주변의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 나의 가족, 친구, 동료 등에 모두 감사하다. 내가 비록 부자는 아니더라도 마음은 부자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의 마음이 없다. 오늘 저녁에 세상을 떠나더라도 미련이 없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잡스도 결국 마지막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누구보다 워커홀릭이었지만 적어도 일터에서 쓰러져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다. 그는 인생을 정리하면서 지난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평생의 라이벌인 빌 게이츠와도 화해했다. 자신의 후계자인 팀 쿡에게 인수인계를 하면서 하나씩 내려놨다. 어떤 백만장자도 시한부 선고를 받자 그는 죽기 전에 만날 사람들을 하나씩 정해서 시간을 같이 보냈다. 먼저 동료, 동창, 가까운 친구, 친지 이렇게 점점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마지막에는 가족과 함께 했다. 


 만약 가족이 없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내가 사랑을 나눠준 가까운 사람이 있으면 된다. 사람조차 없다면 동물이나 식물이라도 있으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두렵고 외롭지만 나는 세상에 나의 사랑을 남겨두고 가는 것이다. 나는 한 줌의 재가 되지만 나의 사랑의 흔적은 어딘가에 남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마음을 열고,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주변의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하자. 그것이 바로 공자가 말씀하신 “아침에 도를 듣고,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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