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를 통해 바라본 성공의 빛과 그림자 - 6

성공 방정식 #3 : 배려와 화합

by 나단 Nathan 조형권
“네 사림이 서로를 보완하며 완벽한 균형을 이루죠” - 테디,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중에서


사실 음악 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제일 어려운 부분이 ‘화합’이다. 각자 살아온 배경과 생각, 습관이 다르니 의견 충돌이 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부분 같은 합숙소에 머물고, 24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긴다. 그룹 '악동뮤지션'의 절친한 남매도 불화설을 겪을 정도니 다른 그룹들은 오죽하겠는가? 그것도 멤버 수가 4명에서 5명, 6명, 7명으로 늘어날수록 그룹 내 소그룹이 생겨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잊을 만하면 그룹 내 ‘왕따’ 이야기가 나오고, 그것이 결국 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진다.


“너희 차 운전해 주시는 분, 너희 옷 들어주는 언니, 마음속으로 고마워해야 해 진짜” - 박진영, Mnet ‘JYP 트와이스 데뷔 프로젝트 – 식스틴’ 중에서


가수 겸 제작자인 박진영 씨는 무엇보다 ‘인성’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연예인으로서 성공을 하더라도 인성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인기는 반짝 인기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주위에 늘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살면서 가장 필요하면서 기본적인 조언이지만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이 사회의 치열한 경쟁시스템에서 삶이 각박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수준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높다. 춤, 노래, 각종 재주 등을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다. 실력으로만 본다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질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 누군가는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누군가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인성仁性’에 따라서 판가름이 난다. ‘인성’은 “사람의 품성”을 일컫는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이라고도 한다.


물론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인성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전에 먼저 현재 기획사의 시스템을 살펴봐야 한다. 그 어떤 곳보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블랙핑크’의 멤버들도 새로운 그룹에 소속되어서 댄스 경연을 하고 평가를 받아야 했다. 끊임없이 숙제는 쏟아지고,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이겨내야 했다. 주변에서 같이 춤을 추던 친구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위기의식도 느꼈을 것이다. 결국 꼭 1등을 해야 하고,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을 하다 보면 좋은 ‘인성’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무한 경쟁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동료 간의 갈등, 이러한 환경에서 좋은 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주문일 수도 있다. 어딘가로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않으면,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롱런하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의 ‘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쉬운 일은 아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못해 피폐해진 상황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간에 의지를 하고 힘이 되는 그룹은 좀 더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이 강하다. 기획사 대표, 관계자, 작곡가, 안무가 등의 까다로운 주문을 받으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서로 대화하면서 풀고, 북돋워주는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한 마디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그룹이 된다.

스크린샷 2020-12-05 오후 3.25.10.png 출처: 블랙핑크 공식 인스타그램



블랙핑크가 다큐멘터리에서 말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러한 것을 알 수 있다.


“넷이 마음이 맞았죠. 이유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음이 맞았어요.” - 로제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라는 다큐멘터리의 멤버들 인터뷰를 보면서, 의외로 멤버들의 성격이 차분하고 내성적인 것을 발견했다. 더군다나 이 그룹에는 ‘리더’가 없다. YG 기획사에서 최초로 시도한 것이다. 그만큼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비록 나이차는 한 살, 두 살 밖에 나지 않지만 우리나라 사회의 특성상 위계질서라는 것이 존재한다. 리더가 있다면 더 심해질 수 있다. 물론 리더를 통해서 그룹의 응집력을 키울 수도 있지만, 그것은 멤버들의 성향에 따라서 효과가 다르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강한 의지와 집중력,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지만 의외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보통 그룹은 이렀잖아요. ‘내가 노래를 더 부르고 싶어’. ‘내가 가운데 서고 싶어.’ 이런 식의 작은 갈등이 그룹 안에서 일어나죠. 하지만 저희 넷이 모이면 할 일이 아주 분명했어요. 그래서 저희 넷이 한 그룹이 될 수 있었죠.” - 제니
“저희가 넷이서 팀이 된 게 다행인 게 어쨌든 간에 팀을 서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 지수

그것은 그만큼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바 역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은 제대로 적중했다.

스크린샷 2020-12-05 오후 3.25.00.png 출처: 블랙핑크 공식 인스타그램

음악 그룹뿐만 아니라 스포츠 경기, 회사 조직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누군가 한 명이 과욕을 부리면 조직은 분란을 겪게 마련이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위해서 준비할 때 제일 먼저 시행한 것이 수평적 조직 구성이었다. 스포츠 업계는 선후배 관계가 더 엄격하기 때문에 경기를 할 때도 이러한 수직적 관계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서 후배가 혼자서 튀거나 선배한테 패스를 잘 안 하면 바로 혼날 수도 있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영어로 호칭을 부르도록 했다. 적어도 ‘~형’이라고 이야기를 안 해도 심리적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때문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어떤 구성원이 자신의 업적을 크게 보이려고 다른 구성원과 협력한 사실을 숨기거나 또는 공을 독점하려고 하면 조직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이때 리더가 이러한 분위기를 묵과한다면 단기적인 성과는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의 분위기와 생산성, 행복지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블랙핑크의 마지막 성공방정식을 언급하라고 하면, 역시 ‘배려’와 ‘화합’이다. 서로 간에 사소한 배려는 팀의 결속력을 높이고, 1+1 = 2가 아닌 2.5, 3 이상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이들 그룹은 불화를 겪을 수도 있다. 이미 정상의 자리에 섰기 때문에(그것도 너무나 빨리) 다음 목표를 정해야 한다. 이때 멤버 간에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더 큰 욕심을 부리다 자칫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 부디 블랙핑크는 나보다는 ‘그룹’을 우선시하여 배려와 화합의 화두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앞서 언급한 악동뮤지션은 갈등이 생기면 ‘엄마’가 중재를 한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블랙핑크는 그 누구도 없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대로 서로 잘 챙기고 오랫동안 롱런하는 그룹이 되었으면 한다.


어느 팬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제가 본 케이팝 그룹 중 멤버 간 유대가 제일 강해요”
스크린샷 2020-12-05 오후 3.18.39.png 출처: 블랙핑크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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