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계속 일어날 수 있었던 힘 :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
“회복탄력성 :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 - 출처 <네이버 사전>
어느 순간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은 사회적인 대유행어가 되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상처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다른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너무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을 돌아보자. 그때는 마을 단위로 삶이 구성되어 있었다. 옆 마을 ‘누구’, 옆 마을 ‘누구’라는 식으로 풍문으로 들을 뿐이었다. 내가 무언가 사업을 하거나 과거 시험에 낙방해도 주로 마을 안에서만 소문이 돌았다. 장기 자랑을 하거나 뛰어난 예능을 보여도 역시 주로 마을 안이나 옆 마을 정도에서 유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국가 단위, 전 세계 단위로 움직인다. 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한방이 매일 뉴스를 장식할 정도다. 연예인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올린 사진, 또는 내가 한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을 받고, 혹여 실수라도 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그것도 몇십 명이 아니라 몇 만 명, 몇 백만 명에게서 말이다. 공황장애(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황 발작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병)가 예전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랙핑크의 멤버들은 그동안 성공을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했다. 지금은 큰 부를 거머쥐고, 명예도 얻었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고 그들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이는 그동안 그들이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소속사가 저를 엄격하게 대할수록 이렇게 생각했죠. ‘이겨낼 거야’.” - 제니
“어차피 언젠가 있을 일이다 하시고 저를 강하게 키우신 것 같아요” - 지수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 그것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복장이 문제 되어서 매일 이슈화가 되었고, 아기 판다를 잘못 다뤘다고 이웃나라에서 이슈화가 되었다(이는 오해였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국왕보다 연예인들의 말과 행동에 더 관심을 갖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이러한 관심이 신기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막상 정상에 올라서 꿈꾸던 무대에 섰을 때는 감격 그 자체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 반복될수록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으면서,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된다. 보는 눈이 너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는 보통 1억 뷰를 넘기기 일쑤인데 오죽하겠는가?
로제는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 삶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았죠. 그냥 다음 날 공연을 위해서만 사는 거예요” - 로제
이것은 마치 직장인 3년 차 정도가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긴장감과 설렘이 함께 한다. 첫 월급을 받으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내가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는 한다. 마치 출근을 위해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단계를 넘어서면 점차 무감각해진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살게 된다. 물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중,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화려하게 스펙을 쌓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수많은 주목과 자극적인 환경, 그리고 때때로 몰려오는 무기력감. 물론 블랙핑크는 성공했기 때문에 부와 명성을 손에 쥐었다. 마음껏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고, 이제 노후에 대한 걱정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힘들고 지치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데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믿음’이다. 회사에서는 같이 일하는 동료를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고, 가정에서는 나를 믿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다. 블랙핑크에게는 자신을 믿는 멤버들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순간을 버텨왔다.
“가끔 힘들어하거나 뒤처지는 멤버가 있으면 리사가 가서 힘을 주고 웃게 해 주고 이러니까 저희도 같이 힘을 낼 수밖에 없죠” - 지수
동료애는 전우애와 종종 비교된다. 수많은 전쟁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결국 메시지는 ‘동료애’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아버지의 깃발>,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즈> 등은 모두 동료애가 전쟁의 공포를 이기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애국심을 갖고 전쟁에 참전한 사람도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면서 점차 숭고한 목적을 상실한다. 그때 두려움에서 버티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옆에 있는 전우이자 동료다.
내가 어려울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블랙핑크는 5분의 공연을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연습과 리허설로 보낸다. 그때마다 지치고 힘들지만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의지한다. 내가 힘들 때 기댈 곳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뛰어난 재능과 능력, 그리고 노력을 겸비한 예술가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실력을 꽃피울 수 있던 것은 주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동료였다. 반면 그러한 도움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약물이나 술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최근에 공전에 히트를 친 <퀸즈 갬빗>은 천재 여성 체스 플레이어의 삶을 다룬다. 어릴 적 엄마를 잃은 그녀는 기독교 기숙학교에서 외롭게 성장했다. 기숙학교의 관리인 도움으로 처음 체스를 접했고, 그녀는 체스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늘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불안했다.
게임에서 질 경우 더욱 그 증상은 심해졌다. 어떤 때는 술을 무한정 마시며 자포자기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가 체스 플레이어로 데뷔하고 나서 점차 많은 동료를 알게 되었고, 그들은 그녀를 지지하고 정신적인 안정을 주었다. 그녀가 술과 약물을 끊어야 한다고 쓴소리도 마지않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감정의 회복 탄력성을 높였다. 진정한 챔피언이 된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 또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너무나 많이 노출되어 있는 세상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바로 옆에 누군가의 어깨다. 기댈 곳이 필요하다. 블랙핑크는 서로에게 기대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거야, 이거야 this is it, this is it” - 멤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