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내용 기록하기 3 단계 : 복습, 필사, 서평

by 나단 Nathan 조형권

앞서 책을 읽고 그냥 덮으면 빠른 속도로 내가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고 언급했다. 좋은 내용을 남기고, 그것으로 나의 것으로 만드는 행위는 꼭 필요하다. 더군다나 작가는 ‘창작’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기 때문에, 또는 책을 읽다가 ‘창작’의 욕구가 들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는 편이 낫다.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방법은 ‘복습’이다. 복습은 곧 ‘재독’(再讀)을 의미한다. 책을 읽고 나서 그냥 덮으면 안 되고 기록을 해야 한다고 앞서 언급했다. 그런데 이것이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도 복습이 귀찮은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다. 이미 다 읽었는데, 무엇을 또 읽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독을 통해서 나만의 ‘한 개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고, 좋은 사례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종이책의 경우 밑줄을 긋고, 나의 생각, 실천을 적고(필요시), 책 귀퉁이를 접어둔다. 물론 이는 새 책에 한해서다. 빌렸거나 또는 중고 책방에 팔고 싶은 책(가끔 이런 책들이 있다)은 그냥 눈으로 쭉 훑어보고, 괜찮은 페이지는 필사를 하거나 번호를 표시해 둔다. 복습을 할 때는 이 부분만 쭉 읽어보면 된다. 전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5분 내외 정도가 걸릴 것이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거나 생각하면서 나만의 ‘한 문장’을 뽑아보자.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단 한 가지만 실천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여기까지가 ‘독서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책 한 권이 하나의 행동을 변하게 만드는 것처럼 책을 다시 한번 음미해봐야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과정조차 번거롭다면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한 문장만 머릿속에 그려보자.


복습의 단계가 끝나면,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 또한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작가라면 이러한 단계를 통해서 나의 글 근육을 단단히 키워야 한다.


《독서의 신》을 집필한 작가 마쓰오카 세이고는 ‘재독’을 통해서 독서가 완성된다고 강조했고, 역시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표시’와 ‘기록’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저는 ‘책을 노트하고 매핑’하는 일을 했습니다. 머릿속의 편집 구조에 넣어 가듯이 자기 나름의 노트에 매핑해 가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가 ‘연대기 노트’이고, 두 번째가 ‘인용 노트’입니다.” - 《독서의 신》


이 중에서 ‘인용 노트’에 주목해보자. 인용 노트는 책에서 사례가 되거나 나의 주장과 부합 또는 반대되는 것을 따로 노트에 옮기는 것이다. 일종의 필사 과정이다.


필사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노트에 직접 손으로 옮기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워드 파일에 옮겨 적는 방법이 있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따로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두 가지를 병행한다. 우선 책을 읽으면서 워드 파일에 좋은 문장을 필사하고, 꼭 써 보고 싶은 문장은 손으로 직접 쓴다. 특히 너무 아름답고 수려하고, 가슴을 울리는 문장은 한 번쯤 내 손으로 직접 써보고 싶다. 그 좋은 에너지가 나의 글에도 투영되기를 바란다. 내가 아무리 악필이라도 말이다. 물론 모든 책마다 그렇게 할 필요는 없고, 책을 읽다 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이 문장을 나중에 꼭 인용하고 싶거나 나에게 영감을 주는 문구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필사는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시해 둔 부분만 해도 되고, 책을 읽으면서 해도 괜찮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필사를 다 했다면, 마지막으로 서평의 단계가 남았다. 이것은 선택 사항이다. 서평을 꼭 안 써도 상관없다. 이미 ‘한 문장, 하나의 실행’을 뽑았고, 그 문장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서평은 기록을 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글쓰기 연습을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서평은 간단한 책 소개와 함께 내가 필사했던 문장 중에서 특히 가슴을 울렸던 부분을 인용하고, 거기에 대한 나의 생각, 실행 방안 등을 적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서평을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리면 끝이다.


서평의 단계 및 장점은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서평을 많이 쓰다 보면 글쓰기 연습이 되고, 나중에 책 쓰기를 할 때도 잘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인용한 글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을 풀어쓰는 것은 아주 좋은 훈련이다. 서평 중에서 괜찮은 부분은 그대로 나의 책 쓰기에 옮겨도 된다.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복습, 필사, 서평은 순서대로 하거나 동시에도 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것으로 책을 소화하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가장 큰 것은 너무 많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마음의 위로를 받거나 정보, 지식, 경험을 얻기 위해서 책을 찾는다. 문제는 이미 전에 그러한 내용을 읽었는데, 또 비슷한 내용의 책을 찾게 된다. 물론 책마다 저자의 주장과 내용은 차이가 있다. 똑같은 주제의 책이라도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미리 정리를 해두면 이전보다 책을 좀 덜 읽더라도 소화를 잘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갈증’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미 나의 책장에 꽂힌 책, 그리고 내가 정리한 기록들이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을 적게 읽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나도 호기심이 많고, 다독가이기 때문에 늘 책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다 보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보낸 수많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너무 부담을 갖지 않고, 조금씩 하면 좋을 것 같다. 책 한 권에서 딱 한 줄, 또는 세 줄만 밑줄 긋고, 거기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써보자. 그것이 시작이다.


photo-1544716278-ca5e3f4abd8c.jpe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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