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는 힘
나에게는 총 4개의 책장이 있다. 거실에 2개, 화장실 옆에 1개, 아이 방에 1개. 아이들 책장도 총 5개다.
참고로 아이들에게 각각 방을 하나씩 주기 위해서, 거실로 이사했다. 거실에 책상이 있고, 디지털 피아노, 신디사이저 등 음악장비도 갖춰두고 있다. 거실 한 구석을 나의 작업실로 잘 활용하고 있다. 예전에 개인 방이 있었던 때보다 집중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나의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자신의 공간이 아예 없는 부모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나의 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책장의 공간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책장의 한 공간에 책들이 1층, 2층으로 쌓이고, 앞도 차지한다. 뒤에 있는 책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중고서점에 팔 책과 아예 처분할 책을 점검한다. 요새도 계속 책장 정리 중이다. 그 와중에 아이들 책장 중에 빈틈이 있는지 노리고 있다. 슬쩍 나의 책 중에서 몇 권을 끼워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눈치작전도 한계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화장실 옆 책장에 제일 중요한 책들이 있다는 점이다.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쉽게 뽑아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10분 이상은 화장실에서 책을 읽지 않는다. 오래 앉아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이 중에서 제일 로열석을 차지하는 첫 번째 열에는 ‘마음과 영혼’에 관한 책들이 가득하다. 마이클 싱어의 《상처 받지 않는 영혼》, 《될 일은 된다》뿐만 아니라, 《왓칭》, 《삶의 모든 것을 바꾸는 9가지 의식 혁명》, 《무경계》등 종류는 다양하다. 내용이 쉽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몇 줄만 읽고, 생각에 잠기는 경우도 많다.
독서를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나의 정체성 찾기’라고 생각한다.《독서력》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책을 읽는 목적을 “자신을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나도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신을 만든다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누구인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화두’를 놓지 않아야 어느 순간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꼭 ‘마음과 영혼’에 대한 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종류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서,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을 읽으면서도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만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얼마 전에 한 작가님이 한강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하려는 여성분을 구했다. 다리에 반쯤 매달려있던 여성분을 뛰어가서 붙잡은 것이다. 한 발자국만 늦었어도 참담한 현장을 목격했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현대사회, 미래사회로 갈수록 마음이 아프고 힘든 분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사람 간의 교류가 줄어들고, 대부분 모발을 통해서 소통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밥도 혼자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스마트폰 하나면 즐길 거리가 많다. 앞으로 ‘메타버스’를 통해서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 친구들과 같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겠지만, 그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새로운 ‘노멀’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독서를 멈춰서는 안 된다. 화장실 옆에 제일 중요한 책들을 비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좋은 말과 글을 새겨 넣으면, 그것은 하루를 버틸 수 있게 만드는 큰 힘이 된다. 이미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기사 검색이나 SNS라고 생각한다.
나의 정신이 깨어난 시간에는 잠시 ‘침묵’과 ‘고요’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거나 샤워를 하면서, 나의 행동에 집중한다. 문득 좋은 ‘영감’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한, 두 페이지 책을 읽으면서 (볼 일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해둔다.
기상 후 이러한 과정(샤워와 볼일 포함해서)은 20~30분 정도다. 세상과 만나기 전에 먼저 ‘나와 만나는 의식’을 치른다. 책을 읽고, 명상을 하면서 오직 나 자신을 바라본다.《미라클 모닝》, 《스틸니스》등과 같은 책은 이러한 ‘아침의 고요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약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다면, 10~20분 정도밖에 나가서 가벼운 아침 산책을 해도 좋다.
아침 1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투자한다면, 내가 받을 수 있는 에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루, 한 달을, 1년을, 10년을 버틸 힘을 준다.
오늘도 ‘마음’을 바라보기 위해서,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고 읽는다. 이 책이 화장실 옆 로열석을 차지할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