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그냥 덮기

독서할 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

by 나단 Nathan 조형권

독서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 많은 분들이 다음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고 나서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떻게 좋은 문구를 기억하세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까먹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가 컴퓨터가 아닌 이상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내용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나도 꽤 오랫동안 책을 읽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실 모든 것이 그렇다. 회사 업무도 그렇고, 영화도, 드라마도, 사람도. 이럴 경우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리프레시’다. 굳이 반도체 업계에 있었던 것을 티를 내자면, 우리의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디램 메모리 반도체는 전기공급을 통해서 주기적인 리프레시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휘발성 메모리라고 한다. 한 마디로 전원을 끄면 저장된 기억이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휘발성 메모리를 갖고 있다. 업계에 있는 분들은 농담 삼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는 나의 머리가 ‘디램’과 같다고 말한다. 반대로 저장매체로 쓰이는 낸드 메모리 반도체는 비휘발성이라고 한다. 이 제품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고, 리프레시가 필요 없다. 우리가 스마트 폰에 저장하는 사진과 동영상, 앱 등이 낸드 메모리에 저장된다.


이렇게 우리의 뇌도 ‘비휘발성’ 메모리를 갖고 있다면, 어떠한 책을 읽어도 나의 기억에 모두 남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만약 어떤 책을 읽고 나서, 그다지 도움이 안 되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그냥 책을 덮으면 된다. 빠른 속도로 나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하루만 지나면 깡그리 잊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책들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책은 평생 곁에 두고 읽고 싶다. 이럴 때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우리의 기억을 ‘리프레시’ 하기 위함이다.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기억을 남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에 메모를 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독서 노트, 스마트폰에 남기기 등 방법이 아주 많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물론 처음에 너무 완벽하게 하려면 금방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 독서 노트를 쓰시는 분들 중에서 아주 완벽하게 보이는 방법을 쓰는 분들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아예 기록을 안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예를 들어서 작은 노트에 책 한 권 당 한 줄 남기기, 세 개 문장 쓰기 등이다. 이는 기록을 안 하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노트에 쓰인 글을 매주, 또는 매월 반복해서 읽으면, 완전히 나의 기억 속에 남아서 장기 메모리로 기록될 것이다. 즉 ‘비휘발성’ 메모리가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책에 밑줄 및 메모, 노트에 필사, 사진 찍기, e-book의 하이라이트 기능, 서평의 5가지 방법을 골고루 사용한다.


이 중에서 책에 밑줄 및 필기하는 경우를 좀 더 알아보자. 이때 주의할 것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구입했다고 착각해서 낙서하면 안 된다.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분명히 책값을 물어줘야 하고,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내가 구입한 새 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손에 펜을 들거나 곁에 두고 읽는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거나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는 ‘좌악’ 밑줄을 긋거나 꺽쇠를 쳐둔다. 더 중요한 것은 아래쪽 귀퉁이를 접어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위쪽 귀퉁이를 접는다.


처음에는 귀찮게 생각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습관이 되면 자연스러워진다. 오히려 펜이 없으면 허전할 정도다. 이때 펜의 색깔을 다양하게 가져가신다는 분도 있지만, 나는 그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다. 귀퉁이 접기로 대신한다.


이렇게만 해도 적어도 나중에 책을 다시 열어볼 때 어렴풋이 기억이 살아날 것이다. 물론 더 오래, 빨리 기억에 남기고 싶다면 노트에 적어두면 좋다. 굳이 예쁜 노트일 필요는 없다.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노트나 집어서 앞으로 그곳에 적으면 된다.


이것조차도 부담이 되거나 귀찮다면, 그냥 사진을 찍어두자. 스마트폰은 늘 곁에 있기 때문에 좋은 문구를 발견하면 찍으면 된다. 더 중요한 내용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리자. 이때 한 줄이나 두 줄 정도 나의 생각을 정리한다. 이는 기억을 돕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다.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다.


정답은 없다. 나에게 편한 방식을 찾으면 된다. 이러한 것을 하는 목적은 남에게 나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직 ‘나 자신’을 위한 행위다. 좋은 글은 확실히 좋은 에너지를 준다. ‘귀인’을 가끔씩 만나는데, 이들을 그냥 보내면 아쉽지 않은가? 왜냐하면 다른 ‘귀인’을 찾기 위해서는 또 다른 책들을 뒤적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책장을 한 번 둘러보자(약 10초간). 책들 중에서 나에게 힘과 에너지를 줬던 책이 있는가? 그렇다면 일단 꺼내보자. 꺼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음에 드는 문구가 보일 것이다. 사진을 찍거나, 밑줄을 긋자. 아니면 노트에 옮겨 적도록 하자. 단 한 줄이라도.


앞서 언급한 나의 기억을 리프레시하는 5가지 방법 중에서 제일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바로 서평이다. 서평의 방법은 뒤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일단 나의 독서 방법을 조금이라도 바꿔보자. 이렇게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지나면 나만의 소중한 보물창고가 생길 것이다. 앞으로 작가를 목표로 하는 독자 분이라면 이러한 과정이 더욱 필요하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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