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는그럴듯한핑계

독서에 미치지는 않았지만

by 나단 Nathan 조형권

오후에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외출했다. 스마트폰 하나만 챙기면 되는데, 무언가 마음이 불안했다. 불안하다는 것은 만약 대기 시간이 길어졌을 때, 괜한 시간 낭비를 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쳐다만 봐도 할 일은 많다. 유튜브, SNS, 각종 뉴스 등을 참조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죽인다. 나도 마찬가지로 10~20분 정도는 그렇게 하지만 만약 30분, 또는 1시간이 되면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작은 가방에 책을 한 권 챙겼다.


지난주 지인들을 만나러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좌석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에서 다시 일반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한 시간의 여정이었다. 혹시라도 먼저 도착할 수 있어서 책을 한 권 챙겼다. 역시나 약속 장소에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책을 조금 읽을 수 있었다.

책을 한 권이라도 들고 다니면, 왠지 마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년 전국 성인 남녀 6천 명, 학생 3천 명을 대상으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했다. 독서가 가장 어려운 이유로 1위가 ‘책 이외의 콘텐츠 이용(29.1%)’이었다. 이는 이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1위를 차지한 ‘시간이 없어서’를 밀어낸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독서를 왜 안 하세요?”라고 질문을 받으면, “시간이 없어요...”라는 답을 대부분 많이 했다. 지금은 “다른 볼거리가 많아서요...”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조사 결과와 다르게 역시 “시간이 없어요...”라는 핑계를 댈 것이다. 그것이 그나마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요새 유튜브가 너무 재미있어서요. 넷플릭스에 완전히 꽂혀서요.”라고 대답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기분도 든다. 물론 굳이 남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나도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즐겨서 시청한다. 하지만 삶의 중심을 ‘독서’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아침과 점심에는 독서에 집중하고, 저녁 식사 이후에 가볍게 시청하는 정도다. 결국 습관의 문제다. 책을 읽는 습관이 들면, 책을 드는 순간 마음에 안정이 온다. 밥을 먹을 때도 동영상을 시청하기보다는 독서를 하면 왠지 마음이 더 편하다. 소화도 더 잘 되는 것 같다.


이것은 책을 읽어서 더 잘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콘텐츠는 많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책에만 목을 맬 필요는 없다.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정보를 얻고, 행복을 느끼면 된다. 책이 전부는 아니다. 다만 다른 콘텐츠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일방적으로 흡수를 하다 보니 깊게 생각할 수 없고, 지나치게 많이 시청을 하다 보면 머리가 ‘멍’해진다. 잘못하면 좀비처럼 몸만 살아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책을 읽을 때는 신경을 좀 써야 한다. 문장을 해독해야 하고, 저자가 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머리를 굴려야 한다. 어쩌면 피곤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면 자연스럽다.


독서의 장점은 이미 수많은 미디어에서 다뤘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한다면 ‘충만함’이다. 어떤 분은 지식과 경험, 행복, 감동, 즐거움 등 다른 이유를 말할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독서는 충만감 그 자체다. 인생의 충만감을 느끼면 행복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도 있다. 다른 어떤 수단보다 책을 통해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은 장면을 보면 짜릿한 기분이 들고, 류현진 선수가 승리를 거두면 기쁘다. BTS가 상을 타거나 훌륭한 음악을 선보이면 희열을 느낀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감동은 다시 봐도 감동 그 자체다. 이렇게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성공하는 모습은 많은 영감과 기쁨을 준다.


그런데, 이러한 것은 모두 외부적인 요소다. 그들이 누구보다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에 달성한 결실이다. 내가 이룬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성공한 이들과 교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공부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책이 그 수단이고, 책을 읽으면서 나를 채워간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어서 잘난 척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식을 과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의 빈 영혼을 채우려는 것뿐이다. 또한 채운만큼 글로써 그것을 풀어낸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을 글을 쓸 때, 충만감을 느끼고 진정한 행복을 경험한다.
출처: Unsplash

그렇기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되었다. 늘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쓴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정도는 아니지만, 무언가 허전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하다못해 10분이라도 책을 읽거나, 틈새 독서를 위해서 오디오 북을 듣는다. 중요한 것은 한 줄이라도 좋은 글을 찾는다면, 그날은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독서는 습관이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것에 정신을 팔려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다. 그 누구도 그것을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살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나에게 무기와 방패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이 도끼다, 무기다’라는 말도 곧잘 나오고 있다. 평소 나의 무기와 방패를 잘 준비해야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막상 책의 힘이 필요할 때, 시간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책이 싫다고 솔직히 말한 망정 적어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댈 필요는 없다. 다만,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한 번쯤 기울여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수많은 독서 애호가들이 그렇게 경험했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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