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자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빌 게이츠의 독서 습관과 책에 대한 애정은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매년 빌 게이츠가 추천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사람들은 그가 권유하는 책을 신뢰한다. 천재 프로그래머, 즉 공대생의 머리를 가진 그가 독서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IT 업체의 리더에게 있어서 독서는 일종의 ‘나침반’과 같다. 책을 읽으면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고, 인생을 공부하면서 자신을 돌아본다. 심지어 테슬라, Space X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는 로켓 만드는 법을 책에서 배웠다고 말했을 정도다(물론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독서 습관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습관을 갖게 되었을까? 갑자기 이들이 독서에 미치도록 만든 특별한 계기는 별로 없었다. 갑자기 독서의 ‘신’이 강림한 것도 아니다.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독서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집안에 책이 많거나 가족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먼저 쉬운 책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독서 영역을 확대하면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동네 도서관의 책들을 빠짐없이 읽었다고 한다.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지 않는다.”
사실 이 말을 좀 더 정확히 해석한다면, 책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말라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한 권의 책으로 독서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또 누군가는 자신만의 인생 책을 찾을 수 있다. 아주 운이 좋다면 말이다.
다만, 책 한 권을 읽고 사람이 갑자기 180도로 돌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몸 안에 문자가 새겨지는 것은 한순간이 아니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도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다 보면 잊었던 책의 구절이나 내용이 생각날 때도 있다.
글을 쓰면 인생이 바뀐다, 독서를 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중에 산증인이다. 이전보다 삶은 훨씬 더 풍요해졌고, 세상을 보는 스코프가 많이 바뀌었다.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시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아무리 속독을 하고, 책을 하루 만에 낸다고 해도 그것은 단순한 결과일 뿐이다.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빠른 효과, 이른바 행복, 돈, 명성을 기대하고, 독서와 책 쓰기를 시작하면 쉽게 지칠 수 있다. 책 한 권을 읽고, ‘왜 바뀐 것이 없지? 난 여전히 불행해.’ 또는 ‘책 한 권 읽는다고 달라지는 것이 뭐가 있겠어?’라고 불평 또는 의심을 하게 된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책 한 권을 냈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다음 책에 대한 부담감과 첫 책에 대한 실망감도 남을 수 있다. 실망감은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또는 생각보다 반응이 안 좋네’ 등 다양하다. 물론 첫 책에서 신데렐라처럼 뜨는 작가도 있지만, 이는 아주 드문 경우다.
하지만 첫 책을 집필하면서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 내적으로 성숙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는 쉽게 환산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 단계다. 책 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 써야 한다. 꼭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역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1년, 3년, 5년, 10년이 될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억만 부 단위(3억 5천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누구보다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루에 4시간에서 6시간씩 읽고 써라. 만약 여러분이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좋은 작가가 될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
독서도 마찬가지다.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독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즐기고, 이를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간이 없다는 그럴듯한 핑계 대신에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줘야 한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도록 나만의 습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주변의 방해 요소도 되도록 없애는 편이 낫다.
이러한 습관을 갖고 꾸준히 책을 읽으면, 조금씩 자신이 변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은은한 깨달음에 가까울 것이다. 활자가 조금씩 나의 몸에 흡수되는 것이다. 물론 더 잘 흡수하기 위해서는 기록해야 한다. 노트에 좋은 문구를 기록해서 반복해서 읽거나, 서평을 써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책에 대한 기대를 높일수록 실망은 크다. 누군가 좋은 책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거기에 대한 기대를 너무 크게 가져서 실망하는 경우다. 마치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좋은 평을 듣고 잔뜩 기대해서 시청하고 실망하는 것처럼 책도 그럴 수 있다. 친구가 인생 책이라고 평가한 것이 나에게 아닐 수 있다. 나와 맞는 책은 따로 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생각과 사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시작할 때는 편한 마음으로 시작하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일단 내가 읽고 싶은 책, 편한 책을 골라보자. 책의 감촉과 활자에 익숙해지자. 그러면서 나의 인생을 바꿀만한 책들을 찾아보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만의 안목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