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마음가짐

나의 책을 편하게 고르기

by 나단 Nathan 조형권

시중에 독서법과 관련된 책을 보면, 굉장히 전투적인 제목들이 많다. 독서를 마치 전쟁과 같이 비유한다. 그만큼 독서를 ‘꼭’ 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강렬한 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독서를 해야 하나?


마치 욕쟁이 할머니한테 욕을 먹지만, 음식이 맛있어서 그 집에 가는 것과 같다.


저자는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뀌니 책을 무조건, 일단, 닥치고 읽으라고 한다. 물론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뀐 사람도 많고, 나락의 끝에서 삶의 희망을 찾은 분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법칙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스스로 깨달아서 인생을 바꾼 사람도 있고, 책을 미친 듯이 읽어서 나름의 학식을 뽐내지만, 자만의 틀에 갇힌 사람도 있다.


결국 사람마다 독서 처방전이 다른 것이다.




나에게 독서는 좀 더 ‘은은한’ 무언가다. 그냥 삶에 녹아있다.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고, 책을 손에 들면 뭔가 충만함이 느껴진다. 다양한 제목의 책을 보면 늘 호기심이 생긴다. 심지어 최근에는 ‘치질’에 대한 책도 서평을 신청해서 받았다. 아직 치질은 없지만, 왠지 궁금하고, 앞으로 예방을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는 여전히 7~8권의 책들이 쌓여있다. 읽어야 할 책은 여전히 많고, 이외에도 이미 읽은 책들도 다시 펼쳐서 읽는다. 서평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즐거운(?)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제저녁《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이 도착해서, 이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삼풍백화점’의 참사를 겪은 분이 쓴 에세이다. 절반가량 읽다가 멈췄다. 기분이 너무 이상해졌다. 뭔가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삼풍백화점에서 살아난 사람의 강한 의지, 그리고 희망을 놓지 말자는 메시지를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에 저자가 쓴 내용은 ‘불행’ 그 자체였다. 삶 자체가 불행이었다. 작가 본인도 ‘불행의 끝판왕’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책은 사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고 이후, 한 사람의 불행한 인생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다룬다.

하지만 저자는 완전히 극복 못했다. 해피 엔딩이 아니고, 여전히 불행은 진행 중이다. 그녀는 여전히 불안증세를 갖고 있고, 이를 평생을 안고 갈 불행이라고 말한다.

“살아만 있으면 다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까. 굳세게 마음먹고 불행을 맞이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든 불행에 노출되어있지만, 현재의 자그마한 행복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 말이다.


그러면서, 아침에 펼친 다른 책에서 저자는 “그래, 오늘 좋은 일이 한 가지는 일어났어.”라고 말한다.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늘 감사의 마음을 갖고, 주변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와 같다. 여러 가지 메시지를 읽으면서, 나의 것으로 하나씩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두 권의 책은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보편적인 메시지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것뿐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다른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원하는 책과 공감하는 책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책을 읽으면 독서가 좀 더 편하다.


독서가 처음에 힘든 이유는 ‘글자’가 나에게 너무 딱딱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첫 독서를 경제, 경영서, 재테크로 시작하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르는 용어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글자를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선 에세이를 추천한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마음에 관심이 생기면 ‘마음’과 관련된 책을 읽고, 사람에 관심이 생기면 자서전을 읽으면 된다. 변하고 싶다면, 자기 계발서를 읽기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 글자와 친숙한 독자는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의 책을 읽어도 괜찮다.


결국 독서의 단계는 사람마다 다르다. 무조건, 닥치고, 일단 책을 읽는다면, 독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에게 맞는 운동 방식과 식습관이 따로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나의 수준에 맞춰서 책을 접하면 된다.


물론 어느 정도 방향성과 목표를 갖고 독서를 하면, 독서의 내공을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적어도 50권 이상의 책을 읽은 사람에 한해서다.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첫 독서(성인이 된 후, 아니면 독서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은 후)는 편하게, 공감이 가는 책을 골라보자.


the-road-815297__480.jp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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