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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18. 2021

수전 케인 작가의《콰이어트》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여러분이 기업의 관리자라면, 직원의 3분의 1에서 절반은 겉으로 어떻게 보이든 내향적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 p443


 이 책에서 저자는 ‘내향적인 사람’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자신도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사회적 시스템은 외향적인 사람이 중요한 것처럼 인식되고, 조명을 한 몸에 받는다. 과장된 웃음과 몸짓, 그리고 집단에 어울리지 않으면 낙오자로 인식되기 일쑤다.


 이러한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는 단체 수업을 받는 것,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그룹 스터디를 통해서 리더십을 테스트하고, 이를 통해서 집단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일명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것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저자가 예로든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더욱 그렇다. 이 대학원은 수많은 글로벌 리더를 배출했다. 500대 기업의 최고관리자 삼인방 중 20 퍼센트가 이 대학원 출신이라고 한다. 이 곳은 외향성의 성지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자신감이 넘치고, 목소리가 밝고 크다. 사교 활동도 많고, 단체로 여행과 모험을 즐긴다. 이러한 학교에서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자신을 숨기고 같이 외향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육의 핵심은 지도자들이 자신감 있게 행동해야 하고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p87


 오죽하면 이 학교에서 내향적 성향의 학생이 들은 팁이 다음과 같다.


 “확신 있게 말하라. 고작 55퍼센트만 믿어도 100퍼센트 믿는 것처럼 얘기하라.” - p89




 이렇게 나의 기질과 다르게 억지로 외향적인 성향을 나타내려면 스트레스를 받고, 학습 능력, 업무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가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3분의 1 내지 2분의 1 가량의 미국인이 내향적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외향적이라 알려진 미국이 그 정도면 다른 나라는 그 비율이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못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서 조사를 하거나 공부를 할 때 더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교실이나 회사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자칫 스스로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도 큰 손해가 아닐 수밖에 없다.

  “외향적인 아이에게 최적화된 학교 시스템이 문제다.” - p422


 이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콰이어트’는 내향적인 사람을 암시한다. 물론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을 정확히 나누기 힘들 때도 있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각 사분면에 해당하는 네 가지 성격 유형이 나온다. 차분하고 외향적인 사람, 걱정 많고(충동적이고) 외향적인 사람, 차분하고 내향적인 사람, 걱정 많고 내향적인 사람.” - p35


 즉, 빌 게이츠는 차분한 내향적인 사람인데, 대중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면 걱정이 많은 내향적인 사람은 대중 앞에서 부끄러움을 타고 소심해 보인다. 외향적인 사람도 무조건 충동적이고 과격한 것이 아니고, 차분한 성향도 있다.


 이 책에서 자신의 내향성과 외향성을 측정하는 질문이 20개 있다. 나도 테스트를 해봤는데, 11대 9로 내향성이 조금 더 높게 나왔다. 외향성도 그만큼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이렇게 내향성과 외향성을 골고루 지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예를 들면 이렇다. 친구가 파티를 열어서 갔는데, 정신없이 같이 어울려서 밤새도록 놀면 상당히 외향적인 사람이고, 반면 자정이 되면 슬슬 집에 가서 쉬고 혼자 있고 싶다면 내향적인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향적인 사람 중에도 밤새 같이 어울려서 놀 수 있겠지만, 나중에 에너지 충전을 혼자서 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서 혼자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면서 다시 힘을 얻는 것이다.




 내향적인 성향이 좋고, 외향적인 성향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것에는 장, 단점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예로든 연구 결과에 의하면 팀원들이 활동적인 경우는 내향적인 지도자가 이끌 때 퍼포먼스가 좋고, 반대로 수동적일 때는 외향적인 지도자가 낫다고 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능동적인 사람들을 이끄는 데 유달리 잘 맞는다고 지적했다. (중략)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수동적인 일꾼들과 함께할 때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줬다.” - p107


 이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많다. 내향적인 사람은 아무래도 좀 더 잘 듣고 이해하려고 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자신이 의견을 내고 주도적으로 리드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팀원들 중에는 능동적인 사람과 수동적인 사람이 섞여 있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편이 낫다. 즉, 외향적인 지도자는 자신의 에고가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팀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반면, 내향적인 지도자는 경청은 잘하겠지만,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과감히 결정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협의만 계속하다 보면 결정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내향성과 외향성도 언급했다. 동양인은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반면, 서양인은 자신감을 중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인이 서양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쨌든 자신을 어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 그러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반면, 서양인이 동양인 사회에서 자신감을 지나치게 드러내면 너무 잘난 척을 한다고 안 좋게 바라볼 수 있다. 역시 동양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제스처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향적인 성격이 여러모로 좋다는 점도 많이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예로  든 아이작 뉴턴, 알버트 아인슈타인, 쇼팽, 스티븐 스필버그, 래리 페이지 등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위대한 인물들은 얼마든지 많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성향을 너무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책은 내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께 힘이 되는 책이다.


 - 한 줄 요약 : 내향적인 성향은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이를 잘 살려서 장점으로 승화해야 한다.
- 생각과 실행 : 외향성의 사회를 살면서 내향적인 성향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적당한 타협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성격을 억지로 개조시킬 필요는 없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맞지만, 너무 과장된 웃음과 제스처를 보일 필요는 없다. 나의 정체성을 갖고 세상을 변화시키면 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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