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투고를 했습니다.그리고 ???
투고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이메일도 다 쓰고, 출간 계획서, 원고도 준비했습니다. 드디어 설레는 기분으로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냅니다. 출판사 사이트에 직접 투고를 하는 곳도 있지만, 5% 미만입니다.
‘보내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지금부터 마음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언제쯤 답장이 올까?’, ‘이메일 주소는 바로 썼는가’ 등등.
한 시간쯤 지나서 아무런 답장이 없으면, 보낸 편지함에서 상대방의 이메일 수신 확인 여부를 체크합니다. 모든 이메일이 그런 기능이 있는 것이 아니고, 네이버 메일로 보냈을 때, 확인 가능합니다.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요.
초조하게 메일박스를 확인하지만, 답장은 없습니다. 운이 좋으면, 당일 내로 ‘확인해 보겠다’는 회신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경험상, 약 30% 정도의 출판사에서 자동응답이나 직접, 이메일로 확인을 했다, 또는 나중에 합격, 불합격 통보를 줍니다. 나머지 70%는 아예 답이 없습니다.
섭섭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출판사의 편집자 분들은 너무 바쁜데, 쏟아지는 원고는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작은 1인 출판사라도, 하루에 원고가 5~6개는 최소 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중형, 대형 출판사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나마 편집자 분들 손에 들어가서, 검토 회의를 한 것만 해도 성공한 것입니다. 그 비율도 제 경험상, 20%가 채 안 됩니다. 80%의 출판사에서는 검토조차 안 하고, 제목과 이메일 내용만 보고, 바로 패싱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원고의 내용에 따라서 다릅니다. 나와 맞는 출판사, 그리고 충분히 상업적인 가치나 포텐셜이 있다고 출판사가 판단한다면 편집부 검토 및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의 출간 책과 방향성을 검토하신 후에 투고를 의뢰하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체메일'과 '묻지마' 투고입니다. 출판사를 비밀 참조로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상당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제목에는 꼭 그 출판사의 이름을 거론하고, 가능하다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에 대한 언급도 하면 더 좋겠죠(물론, 정말로 출간하고 싶은 출판사에 한해서입니다. 수백 군데의 출판사에 그렇게 보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아동 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곳에 뜬금없이 자기계발서를 보내는 것도 삼가해야 할 행동입니다. 그야말로 '묻지마' 투고입니다. 조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100% 무시당할 투고는 애초에 안 하는 것이 낫습니다. 나의 에너지를 아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만약, 안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의 주제와 맞지 않은 출판사이거나, 출판사의 사정상 책을 출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출판사에서 거절 메일을 받는다면(편집부에서 거절 메일을 받는 것도 꽤 의미가 있습니다. 적어도 원고를 대충 훑어는 봤다는 얘기니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출판사의 현재 사정상 힘들다, 둘째,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출판사의 능력이 안 된다
물론 ‘솔까말’로 원고가 정말 별로라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도, 출판사에서는 최대한 정중하게 답변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출판사의 평판도 있고, 혹시 나중에 그 작가가 놀라운 작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거절 메일을 받아도 그것이 ‘만들어진 답’인지, 아니면 ‘진심 어린 답’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죠.
어느 출판사는 정확히 금요일 오후 5시(예약 발신으로 추정되는)에 ‘반려’ 메일을 보냈습니다. 출간 방향과 맞지 않고, ‘좋은 출판사를 만나길 바란다’는 훈훈한 결말입니다. 그래도 꽤 예의가 있는 메일이었습니다. 그중에는 너무 예의가 있어서, 황송할 정도로 정중한 메일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저희 출판사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옥고를 투고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어느 출판사에서
역시 편집자 분들의 ‘글 내공’이 정말 대단하심을 느낍니다. ‘옥고’라는 표현도 처음 알았습니다.
편집자 분들은 기존에 원고를 편집하고, 작가와 조율하고, 디자이너와 협의하고, 너무 바쁜 일정을 보내는 와중에 새로운 원고도 검토합니다. 그야말로 몸이 두 개라도 처리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내 원고가 거절을 당하더라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국에 출판사는 3만 여개 되지만, 보통 이메일 주소가 돌아다니는 출판사는 500여 개 수준입니다(그것도 돈을 받고 파시는 분도 있네요. 이메일 리스트가 필요하신 분은 저에게 메일 주세요. chojazz@naver.com)
그중에 나와 궁합이 맞는 출판사가 꼭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작가 분은 투고한 후 1년 반이 지나서,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물론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정말로 출판사를 못 찾는다면, 내가 1인 출판사를 내고 책을 내도 괜찮습니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겠죠.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나만의 콘텐츠가 확실하다면, 그 콘텐츠를 찾는 독자도 있기 마련입니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편집자 분들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 경험을 공유하면, 정말로 좋은 콘텐츠라면 투고를 한 후, 1시간 또는 반나절 내로 연락을 받게 됩니다. 좋은 콘텐츠가 나타나면, 출판사의 역량, 출간 계획 등을 떠나서 일단 잡아두고 싶은 것이 마음이니까요. 그때를 대비해서, 전화기는 꼭 옆에 두고 있으세요. 만약 하루가 지나고 연락이 없다면, 일단 ‘보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중에 투고를 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시 공유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즐필 하시길 바랍니다. 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