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이나 실명을 저자 이름으로 할지 정했다면 그다음이 프로필입니다. 프로필에서 지양해야 할 부분은 딱딱한 자기소개입니다. 어디 출신, 어느 학교, 전공, 경력만 나열했다면 아무래도 통속적이면서 평범한 느낌이 들게 마련입니다.
물론 이는 책의 종류에 따라서 다릅니다. 전문적인 책인 경우 아무래도 전공 분야를 언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독자에게 깊은 신뢰를 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청소년의 마음’을 주제로 책을 쓴다면 아무래도 자격증이나 전공분야가 독자에게 책을 선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전공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분야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고 오랜 경험이 있다면, 이를 잘 포장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과장을 하면 안 되지만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식입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면하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고충과 고뇌를 누구보다 가슴 깊이 받아들였다. 20년간 상담 노하우를 토대로 청소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집필했다.”
자신의 경력을 쓸 때는 애매한 표현보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면 더욱 좋습니다. 앞서 언급한 ‘20년간 상담 노하우’고 그렇습니다. 시중에 나온 글쓰기 관련 책을 쓴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 몇 백 번의 컨설팅, 몇십 명, 몇 백 명의 작가 배출 등 숫자를 언급해서 신뢰성을 더합니다.
전문서적이 아니라 에세이나 소설, 시 같은 경우는 입상 경력, 아니면 독특한 경험 등을 풀어쓰면 더 좋을 것입니다. 물론 문예창작과나 국어교육 등 관련 분야를 전공했다면 이를 프로필에 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문분야의 책이라면 나의 경력을 구체적으로 쓰는 편이 책을 알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반면 비전문 분야의 책, 예를 들어서 자기 계발, 에세이, 취미 실용서 등은 좀 더 재치 있게 자기소개를 하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바로 프로필 사진입니다. 저는 전문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습니다. 머리카락에 힘을 주고, 심지어 화장도 조금 했습니다. 눈썹을 진하게 그리고, 입술도 약간 붉게 칠했습니다. 창피한 느낌도 들었지만 메이크업을 하고 사진을 찍으니 실물보다 몇 배는 더 잘 나왔습니다(물론 컴퓨터의 보정 기술도 한몫했습니다). 이 사진을 몇 년간 계속 쓰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5년, 아니면 10년에 한 번이라도 프로필 사진을 찍어두기를 추천합니다.
책에 나의 프로필 사진을 쓰는 것이 주저된다면 안 써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독자의 신뢰를 좀 더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드러내야 합니다. 책을 낸 후에 오히려 ‘잠적’ 하시는 작가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일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부담이 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길을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책을 쓰고 끝이 아닙니다. 책을 쓰고 나서 책을 알리고, 나의 사상과 철학을 독자와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터뷰도 해야 하고, 강연도 필요하면 해야 합니다. SNS로 독자와 소통도 해야 합니다.
물론 순수 문학을 통해서 유려한 문장의 작품을 내는 것에 만족한다면 그것으로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독자와 소통은 필요합니다. 아니면 책을 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나만 읽고 만족할 책을 쓰면 되죠.
앞서 언급한 작가의 이름이 필명이나 실명이든, 그것은 나라는 ‘1인 기업’의 간판입니다. 하지만 간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상점에서 무엇을 파는지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프로필입니다. 나라는 사람, 1인 기업을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구체적인 메뉴를 적은 것인 바로 ‘서문’입니다. 서문에는 작가의 철학과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책을 아직 쓰지 않았더라도 프로필을 먼저 작성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막상 책을 내기 전에 급하게 프로필을 쓰다 보면 나중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1주일간 내 프로필을 쓰고 고치면서 나의 진정한 정체성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프로필을 쓰는 것이 막연하다면 다른 책의 프로필을 참조해 보십시오. 마음에 드는 프로필을 찾아서 따라 써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종국에는 나만의 프로필을 써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