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ght Now, 글을 쓰세요~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질문을 합니다.
“저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글쓰기 실력이 별로 없어서요.”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 것이 작가입니다.”
저는 일기를 쓰고, 감사 일기를 쓰고, 꾸준히 기록을 남깁니다. 제 안에 가득 차 있는 것을 쏟아내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운동이나 명상, 음주나 가무 등을 통해 쏟아내기도 하지만, 나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는 5년 일기를 쓰면서, 5년 전, 4년 전, 3년 전, 2년 전, 1년 전, 저에게 있었던 그날의 변화를 같이 확인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의식이 성장함을 느끼고, 어떨 때는 제자리걸음인 것도 느낍니다.
심지어 마시는 맥주도 기록으로 남깁니다. 요새 맥주는 수백 가지 종류라서 과연 어떤 맥주가 잘 맞는지 찾기 위해서 시작한 과정입니다. 현재 40가지 종류의 맥주를 마시면서 기록을 남겼습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과정이 쓸모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맥주를 마시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기록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사소한 기록이 결국 가치(Value)가 되는 것입니다. 그 기록을 참고해서 누군가는 맥주를 선택할 수 있고요.
책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쓰기는 평소의 글쓰기가 모여서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는 과정입니다. 물론 그러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콘셉트’입니다. 예를 들어서 맥주에 대한 기록, 고전에 대한 기록, 각종 생각 등을 한 번에 ‘실’로 엮으려면 쉽지 않습니다. 사례로 참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온전한 ‘콘셉트’가 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만약 ‘맥주를 즐기는 법’에 대한 콘셉트를 잡았으면, 주제는 아주 뚜렷합니다. 다양한 맥주를 소개하고, 어떤 맥주가 자기에게 맞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맥주 입문자, 또는 단순한 맥주의 맛에 질린 분들이 찾을 수 있겠죠.
따라서 글을 쓰면서 나만의 콘셉트를 찾아야 합니다. 답은 이미 나의 글에 있습니다. 만약 내가 회사 생활에 대해서 종종 쓴다면, ‘회사 생활을 잘하는 노하우’가 될 수 있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글을 쓴다면 그것이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콘셉트가 됩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일단 글을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 느낌을 노트에 적거나 A4 용지에 적습니다. 하루에 30분만 투자해도 됩니다. 아니, 10분도 괜찮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글을 씁니다. 처음에는 A4 용지 반 페이지, 어느 정도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한 페이지, 그리고 나중에는 책의 한 꼭지 분량이라고 할 수 있는 두 페이지, 세 페이지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매일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에 거미줄’이 생긴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하루에 SNS로 몇 시간을 보내면서, 소비적인 글을 나열합니다. 그 시간 중의 일부만 글쓰기에 투자하면 됩니다. 그러한 시간과 노력이 모여서 하나의 책이 완성됩니다. 일단 일주일 동안 매일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길 바랍니다. 그것이 지켜지면, 한 달, 또 그것이 지켜지면 100일간 매일 글을 쓰는 것입니다. 혼자 쓰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가까운 친구, 또는 작가를 목표로 하는 분들과 매일 글을 쓰면서 서로 인증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소설과 같이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글이 아니라면 내가 활동하는 카페 중에서 나의 글을 편하게 올릴 수 있는 곳에 되도록 매일 글을 올립니다. 물론 상대방에 대한 글을 존중하는 그런 카페여야겠죠. 그것이 익숙해지면, 좀 더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블로그, 인스타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브런치의 강점은 내가 쓴 글을 모아서 ‘브런치북’을 발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동기가 됩니다. 적어도 3개월간 꾸준히 글을 쓴다면 브런치북을 낼 수 있습니다. 브런치나 카페는 일종의 ‘연습장’입니다. 이곳에서 나의 글을 연습하고, ‘글 쓰는 몸’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몸을 만든 후에 본격적인 대회, 즉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투고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주제’ 일 것입니다. 컴퓨터 앞에 깜빡이는 커서를 보면서, 막막한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평소 ‘글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막연합니다. 그래서 이런 순서를 제안해 봅니다.
“매일 일기 쓰기(적어도 3줄 이상), 글쓰기(A4 용지 반 페이지), 주제 제한 없음 → (한 달 후) 콘셉트 정하기 → 목차 구성하기 → 빈 목차 채워가기 → (3개월 후) 브런치 북 발간, 투고하기”
보통 책 쓰기 강연이나 책, 코칭을 받을 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이것입니다. 예상했듯이 “지금, Right now, 글을 쓰세요.”입니다. 심지어 ‘닥치고 글을 쓰라’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도 등장합니다. 그만큼 일단 손을 움직이라는 책 쓰기 코치분의 강렬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되도록 같은 시간, 장소(때에 따라서 변경)에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주제는 제한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씁니다. 만약 이것마저 힘들 다면,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가서 예전 기억을 쓰고 거기에 대한 느낌을 적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아이들과 함께한 놀이를 떠올려서 씁니다. 정말로 신기한 것은 이야기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면, 정말 ‘술술’ 나옵니다. 물론 때로는 안 좋은 기억들도 나와서 힘들 때도 있지만요.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작가는 책을 많이 낸 사람이 아니라, ‘꾸준히 삶의 궤적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독서와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 작가’입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진실함’을 끄집어내는 사람이죠.
이제 잔소리는 그만하겠습니다. 편하게 글쓰기를 시작하시죠. 나의 마음을 기록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