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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06. 2020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책이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은 행복한 순간이다. 나의 생각과 느낌, 영감을 펼쳐내면 일종의 환희와 기쁨을 느끼게 된다. 많은 작가들은 몰입하며 책을 쓴다. 특히 본격적으로 책을 쓰게 되면 하루에 3~4시간은 기본이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에너지가 소진됨을 느낀다. 그래서 작가들은 새벽이나 오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한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지친다. 잘 안 써지는 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퇴고. 과연 내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 이렇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점차 글쓰기가 힘들다. 하루, 이틀 글을 안 쓰다 보면 글쓰기가 귀찮다. 노트북을 여는 것조차 싫고, 심지어 두려워진다. 


 이럴 때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책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그 책은 글쓰기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소설책, 에세이, 자기 계발서 등 다양하다. 내가 좋아하거나 나에게 힘을 주는 책을 읽으면 확실히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된다. 물론 책조차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산책을 한다든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히려 책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사례나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면 적어도 책에서 벗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 외도가 너무 심하면 글을 쓰는 ‘리듬’을 잃기 때문이다. 


 나의 서재에 책장에는 장르별로 책이 꽂혀있는데, 제일 첫 번째 칸에 있는 책들(즉 제일 중요한 책들)은 명상과 힐링에 대한 것이다. 이 책들은 아침마다 꺼내서 조금씩 읽는다. 한 줄, 한 줄에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읽고 또 읽으면서 나의 것으로 만든다. 


 요새 eBook과 같은 전자책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여기에는 장, 단점이 있다. 전자책은 부피를 차지하지 않고,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책을 꺼내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실용적이다. 하지만 전자책에는 종이책이 주는 만큼의 에너지가 없다. 나도 요새 전자책을 즐겨 읽지만 이는 순전히 편의성을 위해서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책은 종이책으로 주문해서 곁에 둔다. 


 종이책에는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 책의 겉표지부터 시작해서 안의 속지, 내용들.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책마다 다른 에너지를 갖고 있다. 에너지라는 것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적이 있지 않은가? 나의 책꽂이에 꽂아놓은 책들 중에서 내가 유난히 아끼고, 눈길이 가는 책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겉표지가 예쁘거나 아니면 내용이 너무 좋아서일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스테디셀러가 대부분 이렇다. 보편적인 진리나 감동을 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이다. 


 우리가 고전으로 일컫는 수많은 책들, 셰익스피어의 작품부터 시작해서 동양의 고전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책들을 손에 들고 그 묵직함을 느끼거나 기운과 에너지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성경책, 불경 등이 큰 힘을 준다. 


 미국에서 대통령 취임식 때, 대통령이 손을 대고 선서하는 책이 무엇일까? 그것은 법전이 아니고 성경책이다. 대통령으로서 신성한 의무를 성경책에 대고 맹세한다. 오바마 미국 전임 대통령은 장모님이 쓰시는 성경을, 트럼프 대통령은 어머니께 받은 성경을 취임식 때 사용했다. 그만큼 책은 단순히 내용을 떠나서 그 존재 자체로 영향을 주는 에너지다. 


 나는 힘들 때마다 영적인 지도자인 마이클 싱어의 《될 일은 된다》, 《상처 받지 않는 영혼》, 루이스 헤이의 《치유》, 달라이 라마 승려와 데스몬드 투투 신부의 대화를 기록한 《조이》라는 책을 펼쳐본다. 그동안 책에서 내가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접어둔 곳, 밑줄을 그은 부분, 그리고 내가 적어둔 생각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생각한다. 


 전지적 관점에서 인생을 크게 한 번 바라보고, 삶의 끝에서 다시 한번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이 좁은 공간에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무엇을 고민하든, 결국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또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거대한 운명의 흐름에 나 자신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막혔던 부분이 잘 뚫린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글을 쓰다가 잘 안 써질 수도 있고, 나에게 어떤 외적인 영향이 가해져서 모든 것이 힘들고 귀찮을 때가 있다. 당장 글을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생계가 중요하고, 건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내가 글을 쓸 때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의구심, 그리고 주변에서 가하는 인풋은 나를 흔들고, 리듬을 깨뜨린다. 


 그럴 때일수록 에너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 나의 멘토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 특히 에너지를 주는 책은 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 리듬이 깨져서 방황을 할 수 있지만 그 방황이 길면 안 된다. 다시 돌아오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책은 에너지 덩어리다. 좋은 책에는 작가의 혼과 영혼이 담겨 있다. 그 에너지는 수백 년, 수천 년이 넘도록 이어져왔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책을 곁에 두면 나에게 선한 영향을 미친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고통에 대한 회복 탄력성이 더 좋아진다. 그러니 단 한 권의 책이라도 곁에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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