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자왈 불환인지부기지, 환불지인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 학이學而 1.16
《논어》의 첫 번째 장인 〈학이〉편의 맨 앞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라고요. 비록《논어》가 후대의 제자들이 엮은 것이라고 해도 학이 편에 비슷한 내용이 두 군데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남의 의견에 연연하지 않는 공자의 의연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안타까운 심정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공자의 삶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공자는 15세의 나이에 학문에 뜻을 두고(지학志學), 이후 수많은 제자를 거뒀으며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과거 주나라 때와 같이 왕이 중심이 되는 왕도정치를 실현하고, ‘인仁’의 정신을 살려서 백성들에게 평화와 안녕을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의 고향, 노나라의 권세가(이른바 삼환세력, 계손季孫 씨, 맹손孟孫 씨, 숙손叔孫 씨)들은 자신의 권력을 탐했고, 왕(노나라 소공昭公, 정공定公, 애공哀公)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의 뜻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천하를 주유하면서 자신의 정치사상을 받아줄 왕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치열한 춘추시대에 백성을 ‘인仁’으로 다스리는 것보다 오히려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병법(兵法)’이 더 각광을 받는 시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의 사상은 통치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공자가 50대 중반의 나이에 주유천하를 시작했을 때입니다. 제일 먼저 들른 나라는 위나라였고,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는 영공(靈公, 재위 기원전 534년 ~ 493년)이었습니다. 어느 날 영공이 공자에게 ‘진법陣法’에 대해서 물었습니다(위령공편 15.1). 공자는 짐짓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신은 제사에 대한 예의는 경험하고 들어본 적이 있지만, 군대에 관한 일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다음날 공자는 말없이 짐을 꾸려서 위나라를 떠났습니다. 공자는 자신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 위정자들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비록 속은 상했지만, 언젠가는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내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열심히 일하고, 누구보다 회사에 헌신적인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들 것입니다. 승진을 해야 하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보고서를 써도 고과를 잘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부당한 이유도 있고, 합당한 이유도 있습니다. 먼저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봐야 합니다. 나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말입니다.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했는가?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상대방이 알고 싶고, 필요한 내용을 보고했는가? 아니면 나의 주장과 견해에만 집착했는가?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는다면 항의해야 합니다. 성과물을 보여주고,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성공한 기업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애플(Apple)의 예를 들어보시죠.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었지만, 이전에는 디지털 음악을 재생하는 MP3 플레이어(MP3P)가 대유행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공전의 히트를 친 아이팟(iPod) 전에는 국내산 MP3 플레이어가 있었습니다. 아이리버를 비롯해서 다양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장을 키우고 소비자를 끌어들인 것은 아이팟이었습니다. 저장용량이 큰 것도 아니고, 초기에는 불편한 점도 많았습니다. 단지 이들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집중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예쁘면서 단순하고, 나쁘게 말하면 기능이 별로 없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고객의 마음이 수시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들이 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고, 그 안에 세밀함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고객의 무의식까지 들여다본 것입니다.
유튜버(YouTuber)는 어떤가요? 수많은 사람들이 유튜버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스크립트를 만들고 동영상을 편집하고 제작합니다. 그런데 누구는 몇 만 명, 몇 십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는데, 누구는 100명 이상을 넘기지 못합니다. 잘 나가는 유튜버들이 왜 잘 나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유는 콘텐츠의 차별성, 편집 기술, 내용의 공감성 등 다양할 것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공감’ 입니다. 잘 나가는 유튜버들은 늘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댓글도 꼼꼼히 체크하면서 반응을 확인할 정도입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공자는 이인편(4.14)에서 자신의 지위를 걱정할 것이 아니고, 자신이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지부터 걱정하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알려질 수 있도록 하라. 즉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그 니즈(Needs)에 맞춰서 ‘가치’를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능력을 키워서 노력을 했는데도 여전히 인정을 못 받는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해 보시죠. 처음에는 억울하고 손해 보는 마음도 들 것입니다. 이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라고 치부합니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의 마음이 우선 편합니다. ‘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구나.’, 또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그냥 나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나를 피해자로 놓고, 상대방을 원망하는 순간 일은 더 안 풀립니다. 나를 위주로 보는 습관에서 상대방으로 ‘전환’해보시죠.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세상이 달라져 보일 것입니다.
공자의 삶은 ‘인내’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70여 년 인생은 파란만장했고, 위정자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위정자, 신하, 백성들이 필요로 하는 ‘도리’를 전파하려고 평생을 노력했습니다. 결국 그의 사후 3백 년이 채 못 되어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랐고, 이천 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