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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09. 2023

열등감을 에너지로 승화시키다

삼국지 리더십 

 “환관의 후손” 


 조조에게는 항상 저주처럼 따라다니는 딱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환관의 후손’이라는 신분입니다. 비록 아버지는 환관이 아니었지만 양자였기 때문에 이러한 운명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경쟁자들은 그를 환관의 후손이라고 놀리고, 업신여겼습니다. 심지어 부하들 중에서도 이러한 배경 때문에 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조조가 만약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절망했다면, 그는 그냥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진 부잣집 도련님으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개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내 도겸, 여포, 원술, 원소, 유표 등과 같은 경쟁자들을 하나둘씩 무찌르면서 마침내 장강 이북의 중원 지역을 통일했습니다. 특히 원소와 원술은 명문세가(名文世家)의 자손들이어서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화려한 가문을 배경으로 한 이들과 비교했을 때, 조조는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비록 재물은 많았으나 조조는 이들 명문가의 자녀들과 함께 어울릴 때,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이들 위에 서고자 했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이 평범하고, 심지어 비천한 가문의 사람들도 개의치 않고, 열린 마음으로 대했습니다. 누구보다 인재를 아끼고, 더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그가 중원을 통일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물론 그를 여전히 깔보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수없이 배신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섰습니다. 


 만약, 그가 원소처럼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과연 평범한 신분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조조가 수많은 난관을 뚫고, 자신만의 큰 세력을 형성한데는 이러한 열등감이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나무를 키웠습니다. 그 나무는 아무리 시련을 당해도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냄새가 나는 거름 같은 존재였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수없이 많은 리더들이 이러한 난관을 극복했습니다. 자칫하면 열등감으로만 끝날 수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수없이 많은 예가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의 예를 들어보시죠. 

 일곱 살일 때, 그는 연방정부에서 생활보조금이 지급되는 브루클린의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다리를 다쳐서, 집안의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부모님은 매일 돈을 어디서 빌려야 할지 다투고, 세금 징수원이 오면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신다고 둘러대야 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부모를 원망하고, 더 비뚤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열등감으로 점철된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뿌리를 자랑스러워했고, 어린 시절 시련이 자신이 성공적인 비즈니스 신화를 쌓은 동기라고 믿었습니다.


“슐츠는 이때 결심을 한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회사를 만들겠어.’ 어린 슐츠의 머릿속엔 종업원들을 잘 대우하고 건강보험 혜택까지 제공하겠다는 계획까지 있었다. 성장한 그는 전 세계 2만 1,000개의 가게와 19만 1,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책임자가 된다.” - 《최고는 무엇이 다른가》중에서 


 그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브루클린에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단지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브루클린 출신임을 숨기지 않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그곳에 근무자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의 소탈한 리더십은 결국 열등감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성공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갈립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환경과 그런 환경을 물려준 부모를 원망합니다. 나중에 ‘부富’를 쌓더라도 자신의 출신을 부끄러워하고 감춥니다. ‘돈’에 대한 갈증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도 이를 나누어주지 않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하월드 슐츠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을 감사하게 여기고 부모나 환경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근본을 잊지 않고 번 돈을 다시 사회를 위해서 환원합니다. 


 조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전쟁터에서 늘 앞장서서 싸웠고,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많은 부하들이 그를 믿고 따랐습니다. 그는 소탈했고, 당장 자신의 부를 추구하기보다는 꿈과 희망을 위해서 앞장섰습니다. 나중에 둔전제(屯田制, 변경 지역이나 군사 요충지에 경작하는 토지)를 실시해서 당시 제일 필요한 안정적인 식량을 마련하고, 백성들과 병사들의 안위를 도모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열등감이 있고, 어렸을 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를 지배한 거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리더들은 이를 극복했습니다. 열등감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덫과 같습니다. 열등감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막연한 질투감과 자기 환멸에 빠지게 됩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보여준 행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전장에서 백전백승을 하던 이순신 장군의 지위를 박탈하고 백의종군 시켰습니다. 명목상으로는 명령 불복종이었지만 자신보다 명성이 높아지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던 것입니다. 이러한 개인의 열등감이 수많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는 결과가 된 셈이죠.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신’에게 굴복하는 순간, 우리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평생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남보다 못함을 한탄할 것입니다. 제일 쉬운 것은 ‘세상을 원망하는 것’입니다. 나를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렇게 살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없고,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도 없습니다. 

 조조, 하워드 슐츠뿐만 아니라 열등감을 극복한 수많은 리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리더들은 1% 미만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열등감을 평생 달고 살 것인가요? 아니면 이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킬 것인가요? 선택은 온전히 나의 몫입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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