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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03. 2020

《삼국지》조조의 인간적인 매력과 리더십

 요새 조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조는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인격적으로 결함이 많다. 하지만 그는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조조를 매력적으로 보게 되는 이유는 그의 불완전성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성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드러냈다. 그는 원소처럼 화려한 귀족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허례허식에 치중하지 않았다. 자신의 약점을 부하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했다. 조조는 화도 잘 냈지만 잘 울기도 했다. 


 적벽대전에서 손권의 수군에 대패해서 달아날 때, 그는 제갈량이 예견한 대로 화용도로 달아났다. 하지만 조자룡, 장비의 군대에 쫓기면서 거의 모든 병사를 잃고 말았다. 생사의 기로에 서있을 때, 마침내 화용도에서 관우의 군대를 만났다. 조조의 병사들은 20 여기 남짓 남은 상황이었고, 천하의 맹장인 관우는 1,000여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당연히 애초에 싸움조차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과연 이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명예를 중요시하는 장수였다면 죽기 살기로 싸워서 최후의 순간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조는 말에서 뛰어내려서 관우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눈물, 콧물 흘리면서 ‘죽여달라’고 했다. 백만 대군을 이끄는 승상이 일개 장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물론 조조의 치밀한 계산으로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한’ 관우의 심리 상태를 최대한 이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약한 모습을 보인 조조의 모습에 관우의 마음은 흔들리게 되었고, 결국 그와 그의 부하들을 보내줬다. 군령장을 쓰고 온 관우였기 때문에 조조를 놔준다면 자신의 목숨조차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신의’를 중시 여기는 그의 마음이 대단했지만, 염치 불고하고 부하들 앞에서 자신의 목을 내놓고 눈물을 흘린 조조는 더 고수였다. 


《1page 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의 저자 마이크 필리우올로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즉, 나의 벽을 무너뜨리면 훨씬 인간적이고 덜 무서운 직장 상사가 되고, 사람들은 당신을 감정이 없는 기계가 아니라 결함이 있어 아름다운 당신 자체로 보고 존경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진실하게 공유했기 때문에 신뢰를 획득한 것이다. 


 조조는 전쟁터에 나갈 때나 부하들과 술을 한 잔 기울일 때,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고, 또한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애정행각 때문에 첫째 아들, 조앙을 잃었을 때도 부하들 앞에서 통곡을 하며 후회를 했다. 유비도 인간적인 면을 잘 보인 리더 중의 하나였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부하들에게 솔직하게 사과를 했다. 


 그런데, 조조가 더 인간적인 면이 느껴지는 것은, 그는 유비보다 더 큰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지만 솔직하게 인정하고, 뉘우쳤고, 자신의 야심을 솔직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반면 유비는 자신이 한나라 황제였던 중산정후의 후예였다는 점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고 있었고, 자신의 마음을 가끔씩 숨겨서 부하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예를 들어서 유비의 세력이 익주의 유장 세력을 공격하려고 했을 때, 방통은 유장을 연회석상에서 바로 사로잡으면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가장 효율적이라고 제안했으나, 유비는 이를 거절하면서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중에 유장과의 전쟁에서 방통을 비롯해서 많은 부하를 잃어야 했다. 차라리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보였다면 부하들이 그렇게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조조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했다. 세상을 정복하고자 하는 야심이 있었고, ‘내가 세상에 등을 돌리더라도 세상은 자신에게 등을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뻔뻔스러움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그는 지극히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이를 부하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했다. 


 완벽한 리더일수록 구성원들이 숨을 쉬기 힘들고, 두려움을 갖게 된다. 나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화려한 스펙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리더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는 했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고, 어떻게 해야 리더의 마음에 드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자신의 인생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아무리 하찮은 실수라도 감출 필요 없다. 학창 시절 낙제점을 받을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내가 집에서는 엄청나게 게으르고, 요리 솜씨가 형편없다는 것도 이야기하면 된다. 본인이 직장에서도 완벽하고, 가정에서도 완벽한 남편, 아빠라고 얘기할 필요 없다.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이를 팀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나의 부족한 면을 보여야 팀원들도 나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간다. 나도 외부에서는 업무 처리가 빠르고, 효율적이고, 구성원들에게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집에서는 부족한 남편이고 아빠다. 요리를 할 줄 모르고,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나의 부족한 점을 감추지 않고, 공유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리더십은 이렇게 인간적인 매력을 보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를 감출 필요는 없다. 팀원들은 완벽한 리더를 두려워한다. 아무리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라도 ‘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은 무엇보다 감정적인 동물이다. 감정에서 호소해야 한다. 조조가 그의 부하들에게 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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