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스물에게>(가제) 프롤로그
가을하늘은 유독 새파랗다. 또한 너무 깊고 싱그럽다. 그래서 넋을 놓고 계속 바라보게 된다. 프롤로그를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하늘에다 글을 써 내려가고 싶을 정도이다. 타이핑도 하기 싫다. 꼬닥꼬닥 손 글씨로 써야겠다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려나. 벌써 일장춘몽(一場春夢) 속 10년 같은 10분이 지났다. 저 하늘을 떼어다가 노트북 화면에 오롯이 담아놓고 싶다. 얼마나 글이 잘 써지려나. 베스트셀러 10권쯤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지극히 감성적이고도 즉흥적인 사람이다. 이런 내가 첫 번째 스물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처음에는 글이 써지지 않아 심히 괴롭다 못해 고통스러웠다. 요즘처럼 ‘부자 되기’ 열풍으로 나라가 떠들썩한 상황에서 ‘마음 부자 되기’라는 단어를 꺼냈다가는 욕 한 바가지 제대로 먹을 것만 같았다.
나는 ‘10억 만들기 프로젝트’의 리더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되고 싶지도 않은데 요즘 스물들은 그러한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어 되레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글의 방향을 바꾸었다. 두 번째 스물인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나의 첫 번째 스물을 소환한 것이다. <슈가맨>에서 ‘그때 그 시절’ 인기가수를 소환하듯이.
오늘날 첫 번째 스물들에게는 구닥다리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나의 첫 번째 스물은 세상 그 누구보다 찬란하고 푸르렀으면서 동시에 엉망진창이자 뒤죽박죽이었다. 그러한 시간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어 오히려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된다. 여전히 마흔이라는 숫자가 쑥스럽다.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언제나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 오해는 마시길) ‘이 노무’ 피터팬 콤플렉스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니 자꾸 두 번째 스물이라 우기는지도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첫 번째 스물들에게 교훈이나 가르침을 주입하기보다 나의 첫 번째 스물 이야기를 들려주며 같이 새파란 가을하늘이나 바라보자고 말하고 싶다. 배울 것이 있으면 적당히 따라해 보고, 별로다 싶으면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트리플 A형이지만 상처는 받지 않을 것이다. 하하) ‘나와 너’의 첫 번째 스물이 동시대에 동행하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우리의 첫 번째 스물은 두 번째 스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다정한 위로이자 토닥임이 아닐까.
- 2020년, 더없이 새파란 어느 가을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