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 엥? 대신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듣는 태도가 곧 문해력이다

by Jeremy

대화의 수준은 듣는 태도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잘 듣는다’는 것, 즉 경청은 단순히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세련되게 되묻는 능력이 아닐까. 문해력은 이제 읽기 능력을 넘어, 소통의 핵심 역량이다. 듣는 방식이 곧 일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다. 대화의 품질을 바꾸면, 관계의 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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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은 점점 회사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메일 톤도 잡았고, 줄임말 없이 메신저를 보내는 연습도 어느 정도 몸에 밴 상태였다. 하지만 진짜 고비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그날 오전, 조 과장이 다가왔다.

“오늘 오후 3시에 M사 김혜리 주임님이 오세요. 프로젝트 관련해서 1차 미팅인데, 승훈 씨도 같이 들어가요. 실무자끼리 소통할 일이 많을 거거든.”

승훈은 얼떨결에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입은 움직였지만, 속은 급격히 복잡해졌다. ‘거래처 미팅? 나 아직 외부 사람이랑 제대로 얘기해본 적 없는데. 나 말실수하면 어쩌지? 너무 긴장되는데….’

오후 2시 50분. 승훈은 손에 땀이 나는 걸 느끼며 회의실 앞을 서성였다. 고 대리가 지나가며 다정하게 말했다.

“긴장되죠? 괜찮아요. 그냥 듣는다는 생각으로 가요. 모르는 건 바로 대답 안 해도 돼요.”

승훈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듣는다는 생각…. 듣는다는 생각….’




주문처럼 되뇌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3시 정각, 회의실 문이 다시 열리고, 거래처 M사의 김 주임이 들어섰다. 30대 중반쯤, 단정한 차림새와 차분한 걸음걸이. 첫인상부터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눈빛에는 정확함을 요구하는 냉정함도 살짝 비쳤다. 승훈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승훈 사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 주임도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회의가 시작됐다. 조 과장이 전체적인 프로젝트 개요를 차분히 설명했고, 김 주임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적당히 웃으며 리액션을 주기도 했지만, 중요한 부분에선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2차 설문조사 계획은 언제쯤 확정되나요?”

모두의 시선이 승훈을 향했다. 그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확정은… 언제였더라…? 아, 맞다. 다음 주… 그런데 정확히 무슨 요일까지였지…?’

승훈은 당황했다. 조심스럽게 조 과장을 바라봤다. 조 과장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답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승훈은 심호흡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어… 음… 그러니까요… 그게… 아마 다음 주쯤… 아, 아닌가….”




회의실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김 주임은 메모를 멈추고 가만히 승훈을 바라봤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그의 시선에는 ‘정확한 답을 기다린다’는 묵직한 기대감이 있었다. 허 부장과 고 대리도 조용히 승훈을 지켜봤다. 승훈은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어… 다시 정리하면요, 다음 주 수요일 안으로 2차 설문조사 계획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회의가 끝났다. 김 주임은 별다른 내색 없이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돌아갔다. 그러나 사무실로 돌아온 승훈은 고개를 숙인 채 책상 앞에 앉았다. 손끝이 살짝 떨렸다. 얼마 뒤, 조 과장이 다가왔다.

“잠깐 회의실로 올래요?”

조용한 회의실. 조 과장, 고 대리, 그리고 허 부장이 앉아 있었다. 승훈은 긴장하며 자리에 앉았다. 조 과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승훈 씨, 오늘 미팅에서 긴장한 거 이해해요. 외부 미팅이 처음이면 누구나 그래요.”

승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허 부장이 손을 모으고 말했다.

“근데, 중요한 건 그 순간 어떻게 대응하느냐야. ‘어?’ ‘엥?’ ‘음.’ 이런 반응은, 상대방에게 ‘준비 안 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고 대리도 덧붙였다.

“특히 외부 사람은 내부 사정을 몰라요. 한순간의 머뭇거림, 애매한 말 한마디도 ‘이 회사 전체가 미숙한 건가?’라고 오해할 수 있어요.”

허 부장은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럴 땐 이렇게 말하는 거야. ‘제가 확인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확히 답변드리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시간도 벌고, 신뢰도 얻는 거지.”

조 과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완벽하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성실하게 듣고,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를 기대하는 거예요.”

승훈은 그날, 회의실을 나오면서 스스로 다짐했다.

‘모를 때는 모른다고 정중하게 묻자. 머뭇거리기보다, 듣고 정리하자.’

며칠 후, 다시 김 주임과의 2차 미팅이 열렸다. 이번에는 다르다. 승훈은 예상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답변할 수 있는 내용과 확인해야 할 내용을 구분해서 정리했다. 긴장될 때 쓸 수 있는 멘트까지 노트에 적어뒀다. 회의 도중, 김주임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이번 데이터에 소비자 반응 세부 분석은 추가 안 되는 건가요?”




승훈은 놀라긴 했지만, 침착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부분은 현재 내부 검토 중인데요, 확정된 사항은 다시 정리해서 공유드려도 괜찮을까요?”

김 주임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회의가 훨씬 부드럽게 이어졌다. 허 부장과 고 대리는 눈에 띄게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조 과장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회의가 끝나고, 허 부장이 승훈을 불렀다.

“오늘, 정말 많이 좋아졌어. 특히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가 아주 좋았어. 프로는 완벽한 게 아니라, ‘확실한 걸 확실하게’ 말하는 사람이야.”

승훈은 뿌듯함과 동시에 약간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듣는 태도. 모르는 걸 바로 인정하는 용기. 상대를 존중하는 말하기. 그는 그 모든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4단계


1. 경신 / 갱신

‘경신’은 이전의 최고 또는 최저의 기록을 깨뜨림.

‘갱신’은 만료가 된 계약 기간을 연장함.


OX 퀴즈

이번 달에 연봉 계약을 경신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 ) X

한국의 최고 피겨 선수가 자신의 기록을 갱신했다. ( ) X

자기 경신의 시간을 가져야 발전할 수 있단다. ( ) O


2. 임대 / 임차

‘임대’는 돈을 받고 자신의 물건을 타인에게 빌려줌.

‘임차’는 돈을 내고 타인의 물건을 빌려 씀.


OX 퀴즈

우리는 3층 건물 1층에 거주하면서 다른 층들은 다 임차 중이야. ( ) X

부모님께서는 몇 년 전 구입하신 이 건물로 임차업을 하고 계시지. ( ) X

최근에 사촌 형님을 위해 건물 2층을 임대하셨어. ( ) O


3. 이상과 이하 / 초과와 미만

‘이상과 이하’는 기준이 되는 숫자를 포함함.

‘초과와 미만’은 기준이 되는 숫자를 포함하지 않음.


OX 퀴즈

배달앱에서 최소 주문 금액이 1만 원 이상이니까 1만 원짜리 덮밥 하나 주문해도 되겠다. ( ) O

영수야, 3천 원 초과하는 주문은 배달비 무료니까 3천 원짜리 어서 주문해. 공짜라잖아. ( ) X

신발 사이즈 250mm 미만밖에 없네. 나 딱 250mm니까 다행이다. ( ) X


4. 가능한 / 가능한 한

‘가능한’ 자리에 ‘할 수 있는’을 넣어 자연스러우면 다행.

어색하다면 ‘가능한 한’으로 대체.


OX 퀴즈

하루 종일 책 읽기 가능한 분은 누구입니까? ( ) O

저는 잠이 많아서 가능한 한 읽어보려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 ) O

독서 모임에 가능한 빠지지 마세요. ( ) X


5. 신변 / 신병

‘신변’은 몸과 몸의 주위를 뜻함.

‘신병’은 보호나 구금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몸.


OX 퀴즈

으슥한 주택가 골목길을 밤늦게 다니면 신병의 위협을 느낄지도 몰라. ( ) X

제가 다 말할 테니 신변의 안전을 보장해 주십시오. ( ) O

어젯밤 급하게 뉴스에 나온 그 사람의 신변을 빠르게 확보하러 출발하자. (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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