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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Nov 29. 2018

03. 지혜, 그리고 지식이라는 것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오늘날에 어울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열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 일(1)에만 파묻혀 살지는 말자. 

• 이(2)도저도 아닌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 삼(3)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을 찾자. 

• 사(4)사로운 감정에 휩쓸리지 말자. 

• 오(5)락거리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자. 

• 육(6)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자. 

• 칠(7)할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자. 

• 팔(8)도강산을 누비는 경험을 쌓자.

• 구(9)차하게 변명하는 비겁자는 되지 말자.

• 십(10)년 동안 읽었던 책을 세어보자.     


지혜와 지식은 다른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지식이 충분히 쌓여 있을 때 지혜롭게 구분해낼 수 있는 최소한의 변별력이라도 생길 수 있다. 무지한 상태에서는 옳고 그름 자체를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 중에는 틀렸거나 나쁜 지식도 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도 맞거나 좋은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놓았을 때 구분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지식과 지혜를 따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오늘날에 어울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열 가지 방법’은 그동안 지식과 지혜를 통해서 고민해오고 생각해왔던 내용을 숫자에 빗대어 적어본 것이다. 많은 분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그중에서 마지막 열 번째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된다. 지금까지 나는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 그리고 어떠한 책이 가슴 속에 깊이 남았을까.



나를 단단하게 만든 책들     


중국 인문고전 《맹자》를 읽고서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를 쓰고 있으니 가장 큰 깨달음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 책 중 하나로 《맹자》를 자신 있게 꼽고 싶다. 이 책은 유교 사상을 완성한 맹자의 철학이 담긴 정치 사상서이다. 하지만 인간과 사회, 역사 등도 고루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삶에 충분히 대입시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앞서 한 번 이야기했던 《내가 바보가 되면 친구가 모인다》도 내 삶을 바꾼 책 중 한 권이다. 대학 생활 중 우연히 읽었는데 이전까지 내성적이고 소심하면서도 수줍음이 많던 나를 뭔가 전기에 감전시킨 듯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더불어 친구 관계를 포함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즐겨야 한다는 사실도 확실하게 인지시켜주었다. ‘경청’이라는 단어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대학 입시에 실패할 뻔했던 나를 겨우 달래주고 어루만져주었던 영화였는데 이후 책으로도 읽었던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역시 여전히 가슴을 뜨겁게 불태우고 있다.     



‘Carpe Diem(오늘을 살아라).’     


‘Oh Captain! My Captain.’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나는 끊임없이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책상 위에 서 있는 거야.’     



이러한 명대사들은 읽을 때마다 다시금 꿈 많던 10대 시절로 되돌려 보내주는 것 같아 고맙기 그지없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책의 하얀 공간에 이 정도밖에 써넣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책이 출간되고서 빈 공간에 빼곡하게 명대사들을 채워나갈 것이다. 책에 검정색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분명히 심장은 더욱 터져나갈 테니까.    

 

총 한 발 쏘지 않았지만 그 어떠한 독립 운동가보다 더 깊이 기억되고 있는 시인 윤동주.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타계하고 말았으나 빼앗긴 조국과 인생의 아픔을 고뇌하는 마음을 담아낸 유작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 삶의 책’이다.      


<자화상>,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에 담긴 아픔은 구구절절 온몸에 파고든다. 특히 영화 <동주>2015를 본 이후 그가 너무 그립고 고마웠다. 그는 나에게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알려주었고, ‘내 삶의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인 조르바(Vios ke Politia tu Aleksi Zorba)》. ‘나’라는 생명체를 조금이라도 더 자유영혼으로 살 수 있게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책. 유쾌 상쾌 통쾌한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진정한 생명의 길로 인도했다. 거룩한 영혼의 투쟁으로까지 불리는 한 남자의 이상적인 인간상을 담아냈기 때문에 나에게는 또 다른 바이블 같은 책이다.     


스스로를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둬두려고 다섯 권의 책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소소한 나의 지혜로움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책들이기에 꼭 추천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물론 여기에 소개하지 못한 다른 책들이 많다. 그만큼 나에게 독서는 소중하고도 현실적인 행위이다.     



책을 만들던 에디터였고, 책을 쓰는 작가이자, 책을 읽어온 독자이면서,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기에 책이 오묘한 기쁨을 선사하는 매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고, 궁금해 미칠 것만 같은 괴로움을 해소해주며, 고요한 공간에서 심장소리마저 들을 수 있게 하는 감동마저 선사한다.      


약간의 농담을 담아 몇 마디 덧붙이자면 책은 텅 비어 있을 책장을 멋지게 가득 채워 집을 방문하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인 SNS 페이지를 고급스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가끔씩 힐끗거리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느낄 수 있다.      


책이 주는 놀라움은 끝도 없기에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책을 꺼내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읽을 때면 지루하다 고 말하겠지만 그 지루함마저 독서의 일부분이니 스스로를 다독 이며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차근차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미 역사 속 수많은 인물들을 포함하여 현대에도 많은 사람이 그러 한 감동과 기쁨을 느껴온 것처럼.      


지혜는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평생 노력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스토리로 맹자 읽기


눈물을 떨어뜨리자 죽순이 솟아나다      

人之有道也 飽食煖衣 逸居而無敎 則近於禽獸. 
인지유도야 포식난의 일거이무교 즉근어금수. 

聖人 有憂之 使契爲司徒 敎以人倫. 
성인 유우지 사설위사도 교이인륜.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别長幼有序 朋友有信.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뜻풀이     
사람에게는 도리가 있는데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고 편하게 살기만 하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짐승과 가까워진다. 이 때문에 성인이 이것을 걱 정해 설을 사도로 삼아 인륜을 가르치게 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서 로 친함이 있으며, 왕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가 있으며, 남편과 아내 사이에 는 분별이 있으며,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순서가 있고,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 <등문공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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